사진=민음사.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2016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혁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의 이해’(민음사·1만3000원)가 최근 출간됐다.

소설은 표면적으로 은행을 배경으로 한 네 청춘 남녀의 연애담을 그렸지만 작가는 그 이면을 감정과 자본, 이미지와 실체,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총탄 없는 전쟁터로 부각시킨다.

은행이란 공간은 말없이 존재하는 배경인 동시에 모든 말들의 배경이기도 하다. 교환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이 이뤄지고 선택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은행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랑도 환전이 되냐’는 농담 섞인 표현은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만 원한 건 아니었던 주인공들이 보이는 물질과 사랑의 관계에 대한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 준다.

‘사랑의 이해’는 사랑의 감정을 비추는 조명인 동시에 사랑하는 우리 자신을 되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다. 들추고 비추고 되비추며 사랑의 지형도가 바뀌듯 사랑의 조건도 바뀌어 간다.

작가는 “사랑이 다른 감정과 다르다면 결국 우리를 벌거벗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벌거벗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벌거벗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지켜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존심, 질투심, 시기심같이 사랑을 둘러싼 감정들과 온갖 생활의 조건들은 오히려 더 갖춰 입고 뻔뻔해질 것을 요구하기까지 한다”며 “하지만 사랑한다면, 사랑을 원한다면 결국 거짓의 밝고 좁은 조명 아래서든,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는 짙은 어둠 안에서든 입고 껴입을수록 더 헐벗고 뒤틀리기만 하는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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