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 번째 인상 조짐…시민단체 “강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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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자동차 보험료 추가 인상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부 손보사들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당국은 소비자 부담을 우려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기본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보험료 인상에 앞서 자체적으로 산정한 인상률이 적정한지 보험개발원에 검증을 요청한 것이다.

업계가 산정한 인상 폭은 1.5~2% 수준이다. 이미 지난 1월 자동차 보험료를 3~4% 수준으로 올렸는데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두번째 인상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자동차보험료는 1년에 한 번 정도 인상해왔다.

지난해 손보업계는 평균 손해율이 약 88%로 업계 적정 수준인 77∼78%를 크게 웃돌았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료 비율이다. 업계는 올해 초 최대 8% 가량의 대폭 인상을 추진했지만 당국과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 인상률을 낮췄다. 

업계에서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정년) 연장,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 기간 확대 등을 이유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대법원은 한 고객이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만약 해당 판결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바로 법률적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당장 법원이 평가하는 손해배상금 기준부터 달라지게 된다. 근로자의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 등은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이미 각계각층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인 A손보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을 산정할 때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데, 이 정년이 올라가게 되면 보험금 지출도 늘어나게 된다”며 “인상 요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요율 보증을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B손보 관계자는 “보험료 추가 인상에 따른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올 초에 한 차례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보험사 손해율을 따져보면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육체노동 가동연한 연장 외에 교통사고가 난 차량의 중고가격 하락에 대한 보상 기간이 ‘출고 후 2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확대된 것도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꼽았다.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 외에 나중에 이 차를 팔 때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부분도 보상하고 있다. 이 보상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급해야 될 보험금이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실제 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은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될 사항이긴 하나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사업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통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보험료 인상 요인 뿐 아니라 인하 요인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실제 보험료 인상 여부와 수준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은 일부 손보사들의 보험료율을 검증하고 순차적으로 결과를 회신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검증을 의뢰한 업체가 몇 곳이고 어디인지, 검증 결과를 밝힌 순 없지만 육체노동 가동연한 연장에 따른 보험사가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약 125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들은 1년도 지나지 않아 자동차보험료가 또 다시 인상될지 주목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오세헌 국장은 “손보사들이 소비자 중심으로 책정돼야 할 보험료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소비자들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고 매년 당연하다는 듯 일방적인 인상을 단행해왔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 금융위 등 당국이 제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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