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영업환경 속 비은행부문 강화 ‘집중’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4대 금융그룹이 암울한 영업환경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실적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신한, KB,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2조9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 1월 출범한 우리금융을 제외할 경우 3개 금융지주사의 1분기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 2조4943억원에서 올해 2조3201억원으로 7% 감소하는데 그쳤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신한금융(회장 조용병)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91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575억원)에 비해 609억원, 비율로는 7.1% 증가한 수준이다. 

KB금융(회장 윤종규)과 하나금융(회장 김정태)은 각각 12.7%, 16.8% 두자릿수 비율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KB금융은 은행 명동사옥 매각이익(세후 약 830억원) 등 지난해 실적이 너무 좋았던 탓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임금피크 퇴직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

올해 1월 지주회사로 출범한 우리금융(회장 손태승)은 5686억원으로 하나금융(5560억원)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신한금융의 호실적은 비은행 부문 강화가 주효했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의 실적이 이번에 처음 반영된 영향이 크다. 오렌지라이프는 올해 1분기 80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지분 59%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류승헌 부사장은 지난 25일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오렌지라이프 인수효과로 비은행부문 시너지가 확대되고 있다”며 “신한은행도 원화대출금 성장률이 2.6%를 기록하는 등 올해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금융이 은행에서 올리는 순이익 비중은 1분기를 기준으로 지난해 70%에서 올해 67.3%로 줄었다. 이는 오렌지라이프 인수효과 뿐 아니라 카드, 증권, 캐피탈, 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은 은행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이 크다. 정부가 가계부채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 대출이 어려워졌다. 금융그룹들이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비은행부문 강화에 나서는 이유다.

하나금융의 경우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으로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1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94.5%에서 올해 86.3%로 대폭 축소됐다. KB금융도 보험과 증권 등의 성장에 힘입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은행 비중이 71.3%에서 67.7%로 낮아졌다.

하나금융 측은 “임금피크 퇴직비용 1260억원과 원화 약세에 따른 비화폐성 환산손실 382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이익 규모가 줄었다”며 일회성 비용이 계산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순이익은 지난해 수준을 상회했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은행(행장 김도진)은 올 1분기 5534억원을 기록해 하나은행(4799억원)을 제쳤다. 기업은행은 1년새 순이익이 8.5% 증가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건전성을 관리해 수익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