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부터 KPI 전면 폐지…‘과도한 경쟁’ 우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 사진=NH투자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이 일부 영업점 직원에 대한 ‘실적강요’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23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5%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5.3% 증가한 3조908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33.7% 늘어난 1716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기대치를 상회는 호실적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잔치는 적지 않은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것이다. NH투자증권의 일부 부서장들은 성과가 저조한 직원들에 대해 최근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극심한 실적 압박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NH투자증권의 직원 평가기준이 변경되면서 실적압박 강도가 더 심해졌다. 올해는 정영채 사장의 취임 2년차가 된다. 지난해 초 취임한 정 사장은 올 상반기부터 증권업계 최초로 영업점 직원 평가에 사용해 온 핵심역량지표(KPI)를 폐지했다.

KPI는 직원의 업무실적을 수치화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고 업무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금융권 전반에 도입됐다. 다만 개인의 성과를 세부 수치로 측정해 평가하기 때문에 과도한 실적압박 및 불완전판매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공언한 전 영업점에 대한 KPI를 폐지했다. 영업점 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 대한 KPI도 없앴다. KPI가 인사평가에는 효율적인 제도일 수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NH투자증권은 KPI의 대안으로 직원 개인이 영업점 센터장과 상의해 자체적인 평가 기준을 확립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고객 지향적 회사를 추구한다는 좋은 취지에 업계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일각에서는 센터장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어 직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PI를 폐지하게 되면 공정한 실력에 대해 평가할 기준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KPI 폐지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것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 발표와 동시에 터져 나온 NH투자증권의 내부 잡음은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 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 측은 “KPI를 폐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여러 가지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단계로 내부적인 평가도 나쁘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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