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홍영표 원내대표가 공수처법 등 개혁 법안회의를 위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220호 회의실로 들어가려 하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드러누워 막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현진 기자]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 4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맞붙는다. 

주말과 휴일을 거치며 숨고르기 속에서 전열을 재정비해온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소관 특별위원회 회의 개최를 놓고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4당의 합의를 토대로 패스트트랙 선봉에 선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최대한 빨리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달 중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주 초가 패스트트랙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의 핵심축인 민주당은 주말 이틀간 비상 대기조를 꾸려 국회 본청을 지켰다. 민주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5시간씩 오전·오후조로 나눠 비상 대기조를 편성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비상대기조 의원들은 20~30명 규모로 조를 짜 주말 내내 자리를 지켰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및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주말 이틀 모두 비상 대기했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결사항전에 나선 자유한국당은 지난 27일 2차 장외집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당은 24시간 비상근무조도 꾸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들을 지켰다. 만에 하나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강행에 나설 것에 대비해 특위 회의장들을 완전 봉쇄한 것이다. 

주말 내내 여야가 숨고르기로 눈치 작전에 돌입한 만큼 회의장 점거 사태를 놓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 15명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모두 19명을 폭력행위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6일 민주당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관계자 20명을 국회 폭력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그러자 민주당도 한국당의 불법점거 및 회의방해와 관련한 2차 고발을 진행키로 했다. 

여야는 주말 동안 여론전도 이어나갔다. 홍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전날 각각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방을 맹공격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제가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 하고 갈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하지만 (임기 중 처리가 안 되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열어서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홍 원내대표 임기는 다음달 8일까지다.  

홍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가 법안 처리와 무관한데도 극렬 반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지금 우리가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하는 절차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당에서는 지금 폭력과 불법을 통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착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목청을 높였다. 

나 대표는 "헌법 파괴세력과 싸우지 않으면 최대 직무유기다. 문재인 정권과 좌파 야합세력은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며 "불법에 저항하기 위한 시위이기에 법적 문제가 없다. 의원 전원이 고발되더라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맞섰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9일 여야 4당을 향해 "야합의 사슬을 끊어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범여권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배후에는 문재인 청와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를 주문해 국회를 한 마디로 난장판으로 만들어 실정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여당은) 경제실패·안보실패·외교실패의 민낯을 정치투쟁이라는 가면으로 가라고 있다"며 "이 정부는 무능함을 꼬집는 우리당을 향해 수구, 퇴보세력 등으로 매도하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6개의 수학공식을 중층으로 결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알파고도 풀기 어렵다"며 "제왕적 대통령에게 홍위병까지 선사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부패척결의 칼이 아닌 정치보복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 4당은 언제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열어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 주말동안 회의는 열지 않았다. 

사개특위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위원 교체)을 놓고 사실상 분당이나 다름없는 분열 사태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지난 28일 최근 여야 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진 국회 상황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날 정개특위 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자간담회를 심상정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이 내부적으로 여러 갈등과 오해를 풀고 패스트트랙을 진행할 수 있게 시간을 줘 배려하는 것도 정당 간 믿음과 신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개특위와 정개특위가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개특위 전체회의 개의 시점을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며 "각 당의 원내대표들이 의견을 정리해서 말씀해주시면 언제든 즉시 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야 4당 사이에는 패스트트랙 정국이 장기화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를 넘기면 안 된다. 다음 주 중반을 넘기면 5월인데 그러면 상황이 더 복잡해기고 국민적·국가적 에너지 소모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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