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0.02~0.04%P 상승…향후 경기전망도 먹구름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해 1분기 주요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이자이익은 늘고, 연체율은 상승하자 가계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1분기 연체율이 0.02~0.04%씩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작년 4분기 0.23%에서 올해 1분기 0.27%로, 신한은행은 0.25%에서 0.29%로, 하나은행은 0.25%에서 0.29%로 각각 0.04%포인트 올랐다. 농협은행은 0.43%에서 0.46%로, 우리은행은 0.31%에서 0.33%로 올랐다.

연체율 상승과 동시에 은행 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악화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전체 여신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이 지표가 낮을수록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신한은행이 직전 분기 0.45%에서 0.47%로, 하나은행이 0.52%에서 0.54%로 각각 0.02%포인트 올랐다. 농협은행은 0.89%에서 0.9%로 0.1% 올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0.51%에서 0.47%, 0.7%에서 0.54%로 건전성 지표가 다소 개선됐다.

한편, 분기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 전년보다 15% 증가한 농협은행(3662억원)과 2.9% 증가한 신한은행(6181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이 5728억원으로 전년보다 17.0% 줄었고, 우리은행(5394억원)과 하나은행(4799억원)도 각각 2%, 24.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은행 수익성에 경고음이 울렸지만, 예대금리차에 따른 ‘이자수익’만큼은 5대 은행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5년 만에 최대로 벌어지면서 서민들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자료=각사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6조9199억원으로 전년보다 6.0% 늘었다. 국민은행이 1조552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1조4237억원), 하나은행(1조3386억원), 우리은행(1조381억원), 농협은행(1조2971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할 때 증가율로는 농협은행이 7%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이 6.6%, 국민은행 5.9%,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5.8%, 5.4%였다.

이자 이익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높게 받는 데서 발생하는 순이자마진(NIM)에서 나온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서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작년 4분기 1.62%에서 올해 1분기 1.61%로 0.01%포인트 하락한 신한은행과 1.92%에서 1.83%로 0.09% 하락한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전분기에 비해 NIM이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1.70%에서 1.71%, 우리은행은 1.51%에서 1.52%로, 하나은행은 1.51%에서 1.55%로 올랐다.

실질적인 연체율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향후 경기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과 각종 글로벌 경제 지표들도 경기 둔화 국면을 예상하는 만큼 가계대출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금융위기 이후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떨어진 것도 2017년 4분기(-0.2%) 이후 처음이었는데 이번에는 하락률이 그때보다 크다. 전문가들도 한은이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결과를 내놓자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금융업 영업 환경도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시중은행을 비롯한 당국도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를 위해 가계대출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대출 급증 등 특이 동향이 발생하는 금융사는 현장 점검 및 경영진 면담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연체율이 소폭 상승한 것에 대해서는 신규연체 발생 추이를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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