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새 주인에 업계 이목 ‘집중’…5월 초 우선협상자 선정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우리금융지주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지분 60%, 우리은행이 20%를 인수하고,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보유하는 구조다.

우리금융의 참전으로 롯데카드 인수전은 하나금융 독주체제에서 하나-우리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우리-하나금융, 롯데카드 인수 추진 배경은?

우리금융이 지분투자 개념으로 롯데카드 인수에 나선 것은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로 분석된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수합병 의지가 확고한 것도 이 같은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수익을 40%까지 끌어올리고 기업인수합병(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의 총자산(340조원)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3.2%에 달하는 반면, 우리카드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또 우리카드의 신용카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8.5%로 7개 카드사 중 6위에 그친다.

금융지주 계열사로 보기엔 우리카드의 업계 내 위상이 미약하다. 하지만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의 단순 합계가 19.7%로 업계 2위권으로 치고 올라간다.

카드사는 크게 은행계(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와 기업계(삼성·현대·롯데카드)로 구분되는데, 롯데카드는 기업계 카드 중에서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그룹 계열사여서 다른 카드사와 고객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롯데카드를 품게 될 금융사는 새로운 고객군이 늘어나 자연스레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품기 위해선 자본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산 위험도 평가 방법이 종전 내부등급법에서 표준등급법으로 바뀌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했다.

우리금융이 카드사와 같이 위험자산이 많은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BIS 비율이 추가로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우리금융으로서는 롯데카드의 지분 20%를 먼저 인수하고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은 이후 나머지 지분을 통해 최종 인수하는 구도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롯데카드를 사들인 후 더 높은 몸값에 팔아 매각 차익을 봐야 하는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우리금융이라는 든든한 인수 후보를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투자 개념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향후 롯데카드를 인수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롯데카드 인수전에 하나금융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최종 결과를 아직까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예비입찰 이후 하나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예비입찰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실사에 임하지 않아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을 사실상 롯데카드 새 주인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 역시 총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등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매각 희망 가격으로 롯데카드 1조5000억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추가적인 수단을 동원하면 롯데그룹이 원하는 가격을 맞춰줄 충분한 여력도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은 현재 증자 없이 1조원 정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인력 구조조정’ 변수…롯데그룹의 선택은?

인수 유력 후보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이제는 롯데그룹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가장 큰 변수는 인수 후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인력 조정 문제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의 임직원 수는 약 1700명으로 하나카드(약 750명), 우리카드(약 630명) 보다 2배 이상 많다. 두 금융사가 이들을 모두 품기에는 부담스러운 숫자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지난 2014년 말 외환은행 합병 당시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으로 큰 내홍을 겪은 전력이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대규모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하나금융보다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쪽이 구미가 당길 수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매각설이 돌기 시작한 직후부터 사내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김창권 대표가 직접 나서 인수 후에도 직원의 고용안정과 처우 보장을 약속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품게 되면 롯데카드 영업 직원을 중심으로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오랜 시간 진통기를 거쳤는데 이 과정이 다시 반복된다면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력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우리금융과 MBK파트너스 관계자 모두 “아직 우선협상자 선정이 있기 전부터 인력 문제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어느 쪽이든 롯데카드를 품게 될 경우 카드업계 2위권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유통과 은행을 배경으로 한 대형 카드사 탄생이 점쳐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오는 5월 초 있을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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