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직원의 다양한 의견 수렴"

[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정부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공공기관·대기업 외에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중 한국MSD는 최근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가족친화적 근무 환경을 인정받아 포브스코리아가 꼽은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에 6번째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 MSD는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아시아 최고의 직장’ 등 직장인이라면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를 놓고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겉과 속이 다른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 다국적제약사 머크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육아휴직 기간을 승급에 필요한 기간에서 제외해왔던 사항을 개선하기로 하고 전직원에게 공지를 내렸다. 뒤늦게나마 육아휴직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19일 전직원에게 공지한 것이다. 

이같은 공지 내용을 접한 직원들은 승진에 필요한 근무기간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해왔던 관례가 바뀐다는 점에서 크게 기대했다.

그동안 육아휴직을 쓴 직원들이 복귀할 때 관계없는 직군으로 발령을 내는 등 사실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따라서 이번 공지 내용은 직원들에게는 더욱더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평판에 가까운 내용이었다고. 

하지만 최근 한 고위직 임원이  ‘육아휴직과 보상은 국가가 사회 복지 차원에서 고려할 부분’이라는 반대되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 임원은 전체 이메일을 통해 ‘육아휴직과 보상은 국가가 사회에서 복지 차원에서 고려할 부분이다. 육아가 업무와 동등하게 회사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돼 승진 대상 경력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임원은 ‘육아휴직이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6개월이 될 텐데, 이 부분 때문에 능력이 평가절하 되는 부분은 없어야 하지만, 육아가 마치 회사에 대한 기여로, 업무 향상의 기회로 간주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건전한 노동 환경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내부 직원들은 크게 분노했다. ‘육아와 일이 병행 가능한 문화 정착’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직급이 있는 임원이 이같은 메일을 전체적으로 보낸다는 것 자체가 회사에서 묵인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면서 사측의 반응에 의문점을 제시했다. 

더욱이 회사가 겉으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강조하면서 실상은 이를 원치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한국MSD 직원은 "밖에서는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번 육아휴직 관련해서 임원의 발언은 리더가 보여야 할 모습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한국 MSD관계자는 " MSD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고 있으며, 직원이 가진 개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해당 이메일의 경우 또한 한 직원이 개인의 의견을 이야기 한 것으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의견도 경청하나, 보다 향상된 업무 환경 조성이라는 회사 목표를 고려하여 이번에 육아휴직 기간을  승급기간에 포함하기로 했고, 이에 대한 재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MSD는 지난 1994년 설립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작년엔 매출 7000억원을 넘으면서 국내 시장의 글로벌제약사 중 화이자에 이어 2위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좌절 뿐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이에 반하는 처우 및 과도한 업무, 후퇴하는 복리후생 등에 따른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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