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입장 "현재 파악 어렵다…법적 대응할 것"

'쁘띠엘린'이 벤처기업등록 요건을 악용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사진=쁘띠엘린 홈페이지 갈무리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최근 수입 판매품 에티튜드 등 일부 젖병 세정제에서 '가습기 성분'이 검출돼 여론의 뭇매를 맞던 '쁘띠엘린'이 이번엔 벤처기업등록 요건을 악용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쁘띠엘린이 벤처기업등록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등록 취소는 물론 정부의 엉성한 벤처기업인증 제도에도 구멍이 드러나게 되는 셈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벤처기업은 고도의 전문지식, 새로운 기술, 노하우 등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조적, 모험적 경영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정부는 현재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인증을 받은 기업에게 창업 및 세제, 금융, 입지, 특허, 마케팅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유아 브랜드 수입업체가 어떻게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었을까. 7일 월요신문이 접촉한 제보자는 "쁘띠엘린은 벤처기업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벤처기업법에 따라 정부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유아용품 수입유통업체가 벤처기업인증이 됐는지 황당하다는 것. 이에 정부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해 세제 부담을 낮추고 다양한 혜택을 누렸다는 게 골자다.

◆ "불량벤처 파다"…업계 '쉬쉬'

쁘띠엘린은 벤처기업등록 당시 미국 엘리펀트이어스, 에바비바, 밀로앤개비, 캐나다 애티튜드 등과 공식수입계약을 맺고 한국 내 독점딜러가 됐다.

우선 <본지>가 쁘띠엘린 홈페이지 확인결과 회사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2012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로부터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정서'를 발급받았다.

제보자는 "이 연구개발전담부서라는 곳이 디자인연구소다. 벤처기업이 중시하는 혁신적인 기술은커녕 어느 회사에나 있는 제품 및 소수의 의상디자이너 등 구성을 그럴싸하게 꾸며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쁘띠엘린 디자인연구소는 제품디자인팀, 의상디자인팀으로 편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회사는 11월 벤처기업확인서를 획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도 의혹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벤처기업으로서 요건을 충족했다면, 벤처기업확인을 받아야 한다.

벤처확인 유형은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보증기업 ▲기술평가대출기업 ▲예비벤처기업 등 총 5가지가 있다. 각 유형별 확인기관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쁘띠엘린은 벤처기업 등록 당시 '기술평가보증기업' 관련 요건을 교묘하게 활용해 등록 허가를 따냈다는게 제보자 측의 주장이다.

통상 기술평가보증기업은 기술보증기금 보증 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출을 순수신용으로 받고 보증 또는 대출금액이 8천만원 이상, 당해기업의 총자산에 대한 보증 또는 대출금액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쁘띠엘린은 당시 회사 영업이익 면에서 충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으며, 벤처인증요건 충족을 위해 형식적으로 대출했다는 것이다. 결국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대출받는 형식으로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위장했다는 셈이다.

당시 쁘띠엘린 벤처기업등록에 관여한 기술보증기금 측은 억울함을 표했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쁘띠엘린 측이 내놓은 벤처인증 관련 서류 심사 등 정확한 절차에 맞춰 심사했다"며 "이 같은 의혹 제기에 기보 역할에 문제점이 부각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호소했다. 

◆ 법인세 혜택?

현재 정부가 내놓은 벤처인증 혜택은 다양하다. 창업 3년 이내에 벤처인증 확인서를 발급받은 기업에 한해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과세연도와 그 다음 과세연도부터 4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의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재산세 50%, 취득세 75%의 파격적인 감면율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정책자금 및 신용보증, 코스닥 상장 등록 심사 시에도 우대 받을 수 있다.

쁘띠엘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벤처기업으로 등록됐음에도 사실상 수입업체로 운영된 데 따른 것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6억원 수준의 법인세 납부 의무가 발생하지만, 결국 사측이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허울뿐인 벤처기업 인증으로 2~3억원의 법인세를 5년간 납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감면 혜택을 우회적으로 받아온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골자다.

관련 업계에선 이미 정부가 운영 중인 벤처기업등록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들이 존재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불량벤처'들이 속속 등장, 그간 정부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교묘히 이용해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심지어 주관기관인 중기부조차 부실한 벤처기업으로 확인됐음에도 업무중단 등 권한 행사를 꺼린다는 주장도 있다"고 폭로했다.

한편, 쁘띠엘린 측의 해명을 듣고자 <본지>는 해당 내용에 대한 질의서를 사측 요청에 따라 이메일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질의서 답변엔 제보 내용에 대한 해명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추후 이뤄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에티튜드' 사안에 현재 회사 전체가 바쁜 상황"이라는 이유로 "이번 의혹 제기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당장은 어렵다"는 말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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