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화 가속…동남아·미국 시장서 경영 효율화 꾀해

‘뉴롯데’ 구축을 위한 신동빈 회장의 경영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신동빈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로 멈춰있던 ‘뉴롯데’ 구축을 위한 경영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신 회장에게 있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중국 사업은 탈중국화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단 분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간 사드배치로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롯데그룹이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며, 신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장세가 멈춘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미국 시장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그의 행보로 보여진다.

앞서 롯데는 중국 내 마트·백화점 사업 철수에 이어 식품 제조사업 역시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중국에서 6개 공장을 운영 중인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는 공장 매각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 중 4곳의 매각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현재 롯데제과는 초코파이·껌 등을 생산하는 베이징 공장(롯데차이나푸드)과 초콜릿 공장(롯데상하이식품)을, 롯데칠성음료는 허난성 뤄허에 있는 음료수 생산 공장(롯데오더리음료)과 베이징 음료 공장(롯데화방음료) 등 총 4곳을 매물로 내놨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사드보복으로 중단시켰던 ‘롯데타운’ 공사 허가를 내주며 롯데는 오는 10일부터 일부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애초 쇼핑몰·영화관을 짓는 1기 공사가 완료된 상황에서 방치돼 있던 초대형 프로젝트가 이제야 시공 허가를 받은 것. 다만 때아닌 중국 측의 이런 호의를 두고 일각에선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조치였다는 비난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중국의 결정이 사드 보복 해제에 대한 시공 허가가 아닌 단순 외자 유치를 위한 허가였단 우려에서다. 실제 이번에 공사를 재개하는 지역인 선양시는 지역 경제 성장률이 중국 내 하위권으로 꼽히고 있으며, 해당 지역 정부는 최근 롯데 측에 공사 재개를 위한 재촉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미 수백억원의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신 회장 역시 완공 이후 매각이나 임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신 회장은 동남아·미국 등의 신시장 진출의 영역 확장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특히 그간 유통·내수 산업에만 집중해왔던 롯데가 화학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그가 석유·화학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유통 사업을 축소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 한다는 해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진행한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해외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투자액 역시 두 번째로 큰 규모에 속한다. 때문에 롯데로서는 해외 석유화학 공장 하나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동남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시장의 대안으로 낙점한 동남아 시장에선 식품을 넘어 화학, 건설 분야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신 회장의 해외 사업 무게 중심이 중국에서 신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단 관측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기공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며 “오는 2023년까지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으로,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 구축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2016년 6월 착공한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에탄크래커 공장이 2년여 만인 이달 9일(현지 시각) 완공돼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총사업비는 31억 달러(3조6028억원)로, 이번 준공식에는 한미 양국 정부 인사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케미칼과 협력사 관계자 등 약 300명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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