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의성 있다고 보기 어려워”…최대주주 등극 전망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정식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1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당국에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의 공시 의무를 졌으나, 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골프와친구·모두다·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누락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으나 김 의장 측이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김 의장에게 공시를 누락하려는 고의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적어도 피고인은 공정위에 허위자료가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은 했다고 보인다”면서 “다만 미필적이나마 고의를 인정할 만큼 허위자료 제출을 용인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의장이 자료 제출 관련 업무 일체를 회사에 위임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뒤늦게 5개 회사가 공시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공정위에 알렸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5개 회사의 영업 형태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공시에서 누락한다고 얻을 이익이 크지 않고, 경영진이 김 의장과 인적 관계도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김 의장에게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내려졌다면 대주주 자격 자체가 제한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이 관련 혐의를 모두 벗게 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혀 있던 카카오의 최대주주 등극 작업도 속도를 내게 됐다.

카카오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내용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바 있다. 심사 기간이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인 만큼 심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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