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명진 기자] 본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셜미디어 마켓’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호박즙에서 검출된 곰팡이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 얘기다. 곰팡이 사태로 촉발된 제품의 품질 논란은 단순 유행을 선도했던 인플루언서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유통업계로 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신흥 재벌로 불리는 임지현(31)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만 80만명에 달하는 ‘간판’ 인플루언서 겸 사업가로 꼽힌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그의 사업장인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는 연 매출이 17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오프라인 매장도 상당수다.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에서 면세점 등에 이르기까지 2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 내 수입제품 전자상거래 규모 1위를 달리고 있는 알리바바 그룹의 티몰 글로벌에도 입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잘나가던 임블리가 위기에 봉착했다. 사태의 시발점은 호박즙이다. 다만 진짜 위기는 대응 방식에 있었다. 앞서 지난달 인터넷상에는 임블리에서 판매하던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제보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임씨는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환불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내 댓글창을 닫고, 관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 하는 등 부적절한 대처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판매 중인 호박즙 전량을 환불 조치했지만 이후 명품 카피 논란을 비롯한 거듭된 품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안티계정까지 생겨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임씨 등의 인플루언서는 그간 마케팅 부문의 ‘성공불패 전략’으로 통할 만큼 업계 선망의 대상이었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용한 제품의 경우 금세 동이 날 정도로, 그 영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그들을 앞세워 제품 홍보를 의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은 전혀 낮설지 않은 풍경이다. 다만 친근함을 무기로 자칫 기업의 본질을 소홀히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사태에 울상 짓는 건 임씨 개인만이 아니다. 현재 임블리 제품이 입점해 있는 유통업체들은 속속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이미 신라면세점과 올리브영은 온라인몰에서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매 운동·매장 철수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현재 계약기간 등의 문제로 일방적인 철수가 어려워 결정을 보류한 상태지만, 이미 매출 급감에 따른 시름은 꽤 깊어만 보인다.

이에 ‘제 2의 임블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요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년간 SNS 마켓 피해는 총 3000건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작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전자상거래가 아닌 개인 간 거래로 분류된다는 게 이유다. 현재 추정되는 SNS 마켓 규모만 20조원이다. 무분별하게 덩치만 키우다 보면 관련 피해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지사. 단순 개인 간 거래로만 여길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소비자 개인의 주의도 필요하겠지만, 보편화된 규제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하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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