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개입 진술 확보…수사 확대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며 삼성바이오를 대표하는 수장들 역시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15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임원 2명에게 윗선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관련 자료를 증거인멸한 것으로 판단, 윗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해 관련 의혹 수사를 앞두고 직원들의 휴대전화·노트북에서 이재용 부회장 관련 단어를 삭제, 회사 공용서버를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삼성바이오 수장들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경영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단 분석이다.

앞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은 그간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가 김 대표의 주장과 상반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신뢰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인멸 혐의가 포착돼 그간 고의성이 없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대외 활동에도 타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고한승 사장은 지난 10일 연사로 참석하기로 한 포람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포럼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서울대병원, 명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제약사·바이오벤처사가 함께 참여해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개발·최신 R&D(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하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고 대표의 불참으로, 최창훈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본부 부사장이 대신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날 고 대표는 연사로 참석해 ‘제품회사로 가는 길(From Pipeline to Product)’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이번 분식회계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내부 조율을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는 것. 하지만 일각에선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며, 해당 일정이 취소됐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검찰은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을 뜯고 확보한 회사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 수십대를 분석하는 한편, 에피스와 삼성SDS 등에서의 조직적 증거 은닉 정황을 수사 중이다.

현재 검찰은 증거인멸 작업에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팀장인 정현호 사장 등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 정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소환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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