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 VS 소비자 편익 증대…“누굴 위한 이익인가”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최근 ‘초저가’ 전략을 내세워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마트의 입지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역성장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

하지만 이들 유통사들의 초저가 전략에 긍정과 부정의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최근 ‘싼게 비지떡’이란 말은 옛말이 돼버렸다. 실제 가격과 품질 모두 강점을 보이며 소비자들의 안심을 부른다. 요새 ‘착한 가격’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용어로, 또 이들에게 가장 솔깃한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마트는 초특가 치킨 행사인 ‘통큰치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마케팅에 열을 올린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의 큰 반향에 힘입어 정기적인 행사로 확대‧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통큰치킨은 지난 3월과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이벤트성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통큰치킨 행사는 이미 10년 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일주일 만에 행사를 접기도 했다.

실제 가격은 일반 치킨값의 4분의 1 수준인 최저 5천원에 판매됐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폭발했다. 고객의 행사 재개 요청이 쏟아짐은 물론, 이전 행사를 반대했던 여론과 소비자 반응이 돌아서면서 ‘통큰치킨’은 부활했다.

통큰치킨에 대한 소비자의 변화한 태도는 언론 기사의 인터넷 댓글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통큰치킨을 사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구매 후기가 인터넷 세상 여기저기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롯데마트가 준비한 17만 마리가 완판되며 사측과 소비자 서로 상부상조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통해 최근 배달 앱과 손잡은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들 또한 가격 할인을 시작했고 이번엔 편의점 업계도 동참하며 유통업계 전반으로 판매가 낮추기, 즉 출혈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치킨업계 반발은 심상치 않다. 최근 업계 불황에 롯데마트가 초저가 공세로 나서면서 더 힘들어졌다는 게 다수 반응이다. 일반 동네 치킨가게는 물론, 비교적 상황이 좋다는 ‘빅3’ 치킨 가맹점주들도 상황이 어렵다는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골목상권 상생 전략을 강화, 그간 상황이 호전됐지만 이번 초저가 마케팅으로 다시금 ‘골목상권 죽이기’ 논란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현재 상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여전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영업지역 내 다른 유통 채널, 즉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동일 업종 제품이 판매돼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취업난 등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소비자 입장에선 보다 싼 가격의 상품을 찾게 되는 게 당연지사다. 다만 거대 자금을 앞세운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우리 이웃인 골목상권 피해가 커진다면 이 또한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번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열풍을 계기로 유통업체와 소비자, 그리고 자영업자 간 균형 있는 ‘이익 배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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