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5000억원 규모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성공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윤주애 기자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KB국민은행(행장 허인)이 국내 최초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까지 금융감독원(원장 윤석헌) 등 감독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커버드본드는 위험도가 낮은 일반 선수위채권에 커버풀이라는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로 이해하면 쉽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이다.

투자자가 유사시 발행기관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담보물에 해당하는 기초자산집합에 대해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있다. 2중 보호 장치를 갖는 것이 특징적이다. 

문제는 유인효과가 많지 않아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에서 아직까지 발행한 사례가 없다는데 있다. 유일하게 주택금융공사가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적 있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외화 커버드본드를 몇차례 발행한 게 전부였다.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KB증권을 통해 5000억원 규모 5·7년물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이를 담당한 국민은행 자본시장부 김동석 팀장은 "국내 최초로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게 됐다. 발행물량, 가격 등 성공했다"고 말했다.

첫 발행사례이다 보니 투자자를 물색하고, 만나 설명하고, 각종 절차를 마련하는데 3~4개월 준비과정을 거쳤다. 증권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신용평가사 감독당국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해외사례도 연구했다. 계열사 KB증권과 함께 채권상장 투자자를 물색하고 설명하는 등 사전업무를 같이 했다.

김 팀장은 "올해 1조2000억원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겠다고 감독당국에 일괄신고를 해놨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원이 커버드본드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채권 발행 사실을 공시하면서 금감원 홈페이지에도 이를 올려야 하는데, 지난 14일 밤 12시까지 같이 있었다. 투자설명서 하나가 600쪽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채권은 연기금, 타은행, 자산운용사 등 균형 잡히게 발행됐다. 국민은행은 기관투자자를 서른곳 넘게 찾아갔다. 세종시에 있는 기관투자가를 다녀오는 등 전국을 누볐다. 국내 사례가 없어 보수적일 것 같았는데, 다행히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김 팀장은 "앞으로 커버드본드가 은행 선순위채권을 대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투자규정상 열거주의로 이번에 참여하고 싶어도 내부규정 때문에 못한 곳도 있다. 주문받는데 1시간도 안걸렸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2015년, 2016년, 2018년 세 차례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조3000억원에 상당하다.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은행에 비해 우량 담보인 주택 대출자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발행비용 분담금을 면제해주고, 커버드본드 잔액의 최대 1%를 예수금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산정할 때도 위험가중치를 하향할 수 있는 혜택을 마련했다.

은행채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비용을 절약하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대율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어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SC제일은행(행장 박종복)이 내달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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