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2019.05.16./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과 비문 세력이 묘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오후 3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1심 재판부는 친형 입원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직권남용 혐의와 공직선거법위반 3가지 혐의를 따로 나눠 선고했다.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검사사칭 ▲친형 강제진단으로 인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 등이다.

지난달 25일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에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벌금 6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만약 검찰이 구형한대로 직권남용죄로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되거나, 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됐다면 이 지사는 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됐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지사는 기소된 죄목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지사는 무죄 선고 후 “재판부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며 “도민들께서 믿고 기다려주셨는데 도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큰 성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 향해 “지금까지 먼 길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시길 기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이 지사의 무죄를 반기는 입장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 지사의 무죄선고에 대해 “이 지사가 이제부터 버스 대책 마련, 일자리 문제 해소, 서민주거 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산적한 도정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민주당도 이 지사의 도정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이 지사의 당원권 회복 관련해서 “정무적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오늘 1심 결과가 나왔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사는 비문 계열로 분류된다. 특히나 이번 재판의 발단이 된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 역시 문 대통령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혜경궁 김씨’의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아내인 김혜경 씨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그런 이 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친문계열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친문계 당원들은 이 지사의 1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 수원지법 앞에 모여 무죄 선고 규탄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는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언급되기도 했다. 친문계열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사건'에 얽혀 법정구속까지 당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1심보다 낮은 형량을 받지 않는 이상 ‘드루킹’ 꼬리표를 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친문계열에서는 이 지사와 김 지사에 대한 형평성을 지적하는 입장이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그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친문계열 입장에서는 이 지사의 논란으로 잠잠했던 비문계열이 다시 부상할 수 있게 된 것이 초조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최근 청와대 출신 인사의 입당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복귀 등으로 친문색채가 강해지고 있던 민주당에는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대권 후보 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대선) 후보가 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정 전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친문의 거부감이 너무 커서 지금 민주당 사정이 친문이 아니면 대선 후보가 되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그러니까 이재명 지사는 이제 이번에는 아니고 차기를 봐야 될 것"이라며 "워낙 (친문의) 힘이 크기 때문에, 당에서. 그걸 이겨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차기를 노려볼 수 있지 차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탄력이 붙고 그전보다는 오히려 더 힘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이 지사의 무죄판결을 탐탁지 않아하는 모양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 지사의 무죄판결이 있었던 지난 16일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겠지만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판단인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민 대변인은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가 1심 재판 선고 결과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에 협조한 대가로 받은 면죄부인가"라고 반문하며 "친문무죄, 반문유죄라는 법치 초월 권력편향의 자의적 잣대가 다시금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대변인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앞으로 남은 2심, 3심 공판과정에서 이재명 사건의 전모와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엄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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