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윤주애 기자] 금융권 수장들이 앞장서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데 동참한 것은 정말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두 가지 불편한 사실이 있다. 실생활에서 은연중 소비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다. 

금융권 수장들이 외부에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다. 본인이 직접 챙기거나 수행원들이 가방에 담기만 하면 될텐데 말이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행사에서도 텀블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100명 이상 참석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금융감독자문 전체회의였는데 외부 자문위원만 79명이었다. 금감원 내부 자문위원은 13명이다. 이들 테이블엔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 중 하나인 페트병 생수와 다회용 유리컵이 놓여졌다.

이날은 매우 더운 날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곳에선 유명 캔커피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얼음컵을 제공했다.  그 당시엔 얼음컵을 준비해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자도 일회용 투명 플라스틱컵에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 시원하게 한 모금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겠다고 생각하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텀블러를 갖고 다니지 않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9일 금감원 페이스북에 일회용 컵보다 텀블러나 머그컵 등을 사용하자는 취지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참여했다고 인증사진을 공개했다. 사실 내부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은 수행원들이 씻고 말리고, 책상에 올려주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외부활동이다. 윤 원장이 의지가 있다면 외부 일정에도 텀블러를 갖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을 해봤다. 윤 원장은 출근할 때 등가방(백팩)을 메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기자가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참여한 금융권 인사를 찾아봤다. 대략 33명이 조사됐고,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이들이 모두 텀블러나 머그컵을 사용한다면 밑에 직원들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더 하지 않을까.

이 캠페인은 방식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이를 보는 사람마저 웃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반면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는 접근법이 무겁다. 처음 지목됐을 땐 좋은 취지이니 웃으며 사진 몇 장 찍어 공개하면 된다. 얼마나 이를 실천하고 유지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가 불편한 이유는 또 있다. 다음 도전자를 지목한다는 점이다. 자칫 지목되지 않은 사람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지목을 받으면 참여하게 해준 사람이 더 좋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전자로 지목받으면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도전은 받아들이되 다음 주자를 지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캠페인은 보여주기식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환경은 미래 세대에게 빌려온 것이기에 잘 사용하고 물려줘야 한다. 기자는 오늘부터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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