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끝내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2019.05.15./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0일 가질 '호프타임' 형식의 회동을 갖는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와 협치를 위해 논의할 예정이나, 성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호프타임’ 어떻게 성사됐나

정치권에 따르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께 국회 인근의 한 치킨집에서 ‘호프미팅’을 갖는다.

이번 만남은 오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취임 인사차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맥주 잘 사주는 형님’이 돼 달라”는 발언을 하면서 성사됐다. 나 원내대표 역시 앞서 이 원내대표에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세 원내대표가 함께 맥주를 마시는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오늘 격의없는 대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여야3당이) 호프미팅을 한다"며 "분명한 것은 맥주 호프가 아니라 희망 호프(Hope) 미팅이 돼야 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민생과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국회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여야 3당 원내대표, 어떤 대화 오갈까

최근 2주간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됐다. 이에 이번 회동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나 국회는 5월 임시국회 소집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가 시급하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이 시급한 입장이다. 때문에 적어도 이번달 내로, 혹은 될 수 있는 한 빠른 추경 심사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는 반드시 이번 주 내로 5월 임시국회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상임위별 예산 심사가 시급하다.

반면 한국당은 여야 4당이 강행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강행에 대한 사과를 요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패스트트랙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시행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당같은 거대 정당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총선에서 다당제보다는 양당제가 더 중요하다는 게 한국당의 셈법이다.

아울러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는 일단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협상가를 자처하는 중이다.

오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이 원내대표가 예방한 자리에서 “이 대표가 훌륭하고 가식 없는 분이니 국회가 정상화만 되면 허심탄회하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극단적인 대치 속에 장외에 나가 있는데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데 있어서 이인영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국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원내대표는 “두 분 원내대표 양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심부름을 잘 할 수 있다”며 “국민들이 국회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를 위해 대화하고, 한국당도 조건 없이 손잡고 역할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도 역시 협치를 강조했다.

또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해) 사과하고 청와대는 1대1회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도 조건없이 국회로 복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각 당 원내대표가 선출된 지금이 여야 모두 출구전략을 찾을 때"라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앞장서서 불을 꺼야 할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앞다퉈 하고 철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 청와대도 5당이니 뭐니 하면서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게 볼썽사납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당에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한다"며 청와대와 여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면서 한국당을 향해서도 "패스트트랙 사태는 한국당이 협상에 임하지 않고 반대만 하며 시간을 끌었던 것도 있다"고 설득했다.

◆기대하는 성과는 '글쎄'...

하지만 여야 간 감정적 갈등이 극에 달한 만큼 눈에 띄는 성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그 기자 요새 ‘문빠’, 뭐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 당하는 거 아시죠”라고 발언했다.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그 기자’는 최근 문 대통령이 문 정부 출범 2주년을 기념해 함께 대담했던 KBS 기자를 가리킨다.

이 발언에서 나 원내대표는 ‘달창’이란 단어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 단어는 극우 성향의 이용자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로, 문 대통령 지지자 그룹인 ‘달빛기사단’의 그릇된 표현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특히 여성 비하 의미인 ‘창녀’를 엮어 속되게 부르는 은어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가속화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같은 ‘달창’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한국당이 ‘몰랐다’는 입장으로 밀고나가는 덕에 여당과의 사이좋은 화해는 보기 힘들어졌다.

한국당도 문 대통령에 대해 잔뜩 독이 오른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5.18광주민주항쟁 기념사를 통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ㆍ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5ㆍ18을 부정하는 망언들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반쪽짜리 기념식’이라고 지적했다. 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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