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건설사들의 곳간이 비고 있다. 쌓아놨던 사업은 마무리되고 있는데 신규 수주는 줄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해외 수주 감소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부진이지만 올해는 한층 수주가뭄이 심하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은 7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나 감소했다.

연초만 해도 올해 해외 수주는 장밋빛 전망이 짙었다. 중동 플랜트와 동남아시아 인프라 시장 확대, 신흥시장 공략 등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 300억달러 돌파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동지역에서 기대했던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됐고 가격을 앞세운 중국 등에 밀리면서 입찰 경쟁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늘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보고서 제출을 마친 건설사들의 실적을 보면 수주 상황은 더디기만 하다. 이는 결국 수주잔고 감소로도 이어졌다

주요 건설사의 1분기 실적(연결 기준)을 분석해 보면 현대건설은 올 들어 2조9044억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35.7%나 줄어든 수치다. 수주잔고는 54조805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8% 감소했다.

GS건설의 경우 올해 1조3750억원을 따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줄어든 수치다. 수주잔고는 2.4% 줄어든 37조8530억원에 그쳤다.

대우건설은 1분기 3.8% 늘어난 3조4320억원을 수주했다. 올해 목표치의 30% 이상을 달성하며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해외 수주는 80%나 급감한 1257억원에 그쳤다. 국내 주택건축이 2조7484억원에 달하며 국내 사업 중심의 수주가 이뤄졌다. 수주잔고는 32조10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7.2% 늘었다.

대림산업도 1조4384억원을 수주하며 10.5% 성장했다. 주택사업보다는 토목과 플랜트에서 수주가 증가했다. 다만 수주잔고는 0.3% 소폭 늘어난 21조9015억원으로 제자리 걸음했다. 대형 사업장이 마무리된 결과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줄어든 1조1810억원을 수주했다. 수주잔고는 26조161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6.4% 떨어졌다. 

이처럼 주요 건설사의 수주잔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글로벌 건설시장 규모가 올해 5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여 2분기 이후 수주 상황은 기대된다. 글로벌 발주 환경 자체는 지난해보다 낫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올 상반기 해외건설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해외 건설시장 규모는 올해 50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3%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국내 건설사가 공들이고 있는 아시아 시장 성장세가 예상된다.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여 중동지역 발주가 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환율 역시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건설사에 유리한 상황이다.

1분기를 마친 건설사들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저조하다.

올해 주요 건설사의 수주 목표액은 현대건설이 24조원으로 가장 높고 GS건설이 13조4700억원, 삼성물산 건설부문 11조7000억원, 대우건설 10조5600억원, 대림산업 10조3000억원 등이다. 1분기를 마친 시점에서 목표 달성률은 현대건설 12.1%, GS건설 10.2%, 삼성물산 10.1%, 대우건설 32.5%, 대림산업 14.0%다.

대우건설을 제외하면 목표 달성량이 10%대에 머물고 있어 2분기 이후 폭발적인 수주 증가가 없다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연말에 수주가 몰려 목표달성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오히려 연말에 사업이 지연되면서 다음 해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한편 주요 건설사의 플랜트 부문 원가율 개선이 향후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KTB투자증권은 2010~2011년 저가 수주 이후 업체들이 다소 보수적으로 해외 수주에 참여해 입찰 규모는 줄었으나 EPC, 수의계약, 제한입찰 등의 프로젝트 입찰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재도 이어져 2020년 이후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수주한 2억달러 이상 프로젝트를 보면 현대건설은 마타바리 1200MW 석탄화력발전소-항만공사, 싱가포르 투아스 터미널 2단계 매립, 부두 공사, 이란 KPRC 2단계 사업, 카타르 알부스탄 남부 고속도로 신설 및 확장 공사 등이 있다. GS건설은 싱가포르 NSC N101공구 터널공사, UAE 루와이스 리파이너리 웨스트 유닛 화재 복구 프로젝트 등을 수행 중이다.

대림산업은 사우디 뉴 암모니아3 프로젝트,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터키 말카라~차나칼레 고속도로 BOT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비료공장 2nd Train 프로젝트, 싱가포르 우드랜드 복합의료시설, 오만 두쿰 정유공장 EPC 패키지1, 인도 뭄바이 해상교량 건설 패키지2 등을 수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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