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기지국 장비 공급 확인…"내년까지 물량 확보"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화웨이 통신장비 안 쓰는 업체가 몇 군데나 될지, 사실 삼성 장비도 보안 인증받은 적 없다.” 지난해 12월 19일 LG유플러스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부문 한 임원이 던진 말이다.

통신장비 보안 논란에도 5G에서 화웨이와 손잡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이슈’로 또 한 번 한숨이다.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통신장비 수급 우려가 불거진 것. 지속된 화웨이 장비 관련 악재로 향후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손을 놓을지 관심사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글은 90일간의 유예기간 이후 화웨이 단말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지원을 중단키로 했고 인텔, 퀄컴 등 미국 IT 기업이 화웨이에 소프트웨어와 부품 공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이다. LG유플러스에 공급되는 화웨이 5G 장비에는 미국 부품이 일부 포함돼 있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부품을 주지 않으면 화웨이도 5G 통신장비를 만들 수 없게 되고, 그러면 LG유플러스의 5G 기지국 설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3년 동안은 기지국을 구축해나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그다지 좋은 이슈는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하반기, 4G LTE에 이어 5G에서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공식화했다. 현재 수도권 북부와 강원지역에는 화웨이, 충청과 호남에는 삼성전자, 경상지역은 노키아 제품을 5G 통신장비로 활용 중이다.

화웨이 장비 수급 차질 우려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화웨이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로는 기지국 장비에 미국 부품이 일부 있지만 내년까지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도록 준비돼 있다고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부품에 대해서도 자체 해결하거나 대체할 수 있어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다고 회신받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둘러싼 보안 이슈로 여러 차례 곤경을 겪어왔다. 5G에서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하면서, 백도어(Backdoor, 정보유출) 우려에 휩싸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줄곧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정보유출 우려가 제기돼 왔으며 호주·일본 등 국가가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 논란은 확대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스페인 CC인증기관을 통해 화웨이 통신장비 보안 검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화웨이 장비 보안 검증 결과는 올 여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농협은행이 화웨이와 추진하기로 했던 1200억원 규모의 영업점 금융망 고도화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선 또다시 ‘화웨이 반대’ 여론이 꿈틀대는 분위기다.

당장에는 통신장비 수급에 지장이 없을 수 있지만 내년 이후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거나 화웨이 장비 활용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LG유플러스가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5G가 SA(스탠다드얼론)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서 5G SA 방식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미국 상무부는 오는 8월 19일까지 유효한 임시 면허를 화웨이에 발급, 화웨이가 기존 네트워크 보수 등 목적으로는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화웨이가 향후 구글의 OS 및 서비스를 자사 단말에 탑재할 수 없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단말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통신장비 사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내 5G 기지국 8만대 설치, 2022년까지 5G망 전국망 구축 완성이라는 LG유플러스 사업방향에는 변화가 없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지국 장비를 구축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앞으로 추가 이슈에 대해서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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