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의사들 진료기록 공개 거부...전자차트업체 "자동이란 말은 없다"

사진=메리츠화재 홈페이지 캡처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메리츠화재가 판매중인 '펫보험'의 보험금 자동청구시스템이 논란이 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전자차트 업체와 계약을 맺어 진료기록을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일뿐, 해당 동물병원 수의사의 동의 없이는 보험금 지급이 안된다. 이 보험사는 마치 전국 동물병원의 60%와 협약을 맺고 소비자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서울시수의사회는 최근 서울시내 850여개 개업 회원들에게 '보험사 직원이 특정 개체의 진료차트를 달라고 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보호자 동의가 이뤄졌는지 모르니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주의하라는 것이다.

서울시수의사회 관계자는 "진료차트를 제3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 만일 어제 본 진료인데 전체 차트를 줬을 경우 보호자가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진단서는 표준화 돼 있지만 진료기록은 그렇지 않다. 또 제 3자가 보험사 직원이라고 사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에 대한 보험, 특히 국민보험이 된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질병코드가 규격화 돼 있어 진단서와 영수증만 있으면 손쉽게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반면 동물병원은 수기로 진료기록을 하는 경우도 있을 뿐더러 동물 보호자에게조차 진료기록을 공개하길 꺼리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필수적으로 진료내용을 서면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해당 수의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펫보험 시장 점유율 1위 메리츠화재는 수의사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진료차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보험 가입자가 이미 개인정보 활용 내용에 동의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수의사들이 진료차트가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진료차트 업체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 같다"며 "자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업체와 자동청구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병원은 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고 명칭도 체계화 돼 있지 않다. 동물병원마다 비용도 제각각이다. 수의사 권한 노하우 지키려는 얘기인지, 보험사와 싸우자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와 펫보험 '펫퍼민트' 관련 계약을 한 전자차트 업체는 보험사와 동물병원 사이에서 입장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전자차트 업체 관계자는 "자동청구시스템? 자동이란 말은 없다. 보호자가 진단서를 요청하면 원장이 송출할 수 있도록 버튼 하나가 있는 셈이다. 쉽게 보험금 청구할 수 있게 진료내역을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타 보험사 상품보다 갱신주기를 3년으로 늘리고 보장성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보험금 자동청구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전국 약 60%의 동물병원에서 펫퍼민트 카드를 제시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편리하게 보험금이 자동으로 청구된다며 홍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