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 양정철 (오른쪽)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와 식당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5.27./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야당과 여당·청와대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식당에서 이뤄진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회동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8일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회동에 대해 "아무리 사적 만남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만나서는 안 될 때"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시기에 두 분이 만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며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 원장과 양 원장이 4시간을 만났다고 한다“며 ”저는 4시간 만나는 모임을 가졌던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황 대표는 "한 사람은 총선 준비하겠다고 나와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또 한 분은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서 원장을 만난 양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내년 총선을 전략 짜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아 정치 일선에 복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전·현직의원들이 부원장으로 줄줄이 임명된 사실은 여권 내부에 양 원장의 위상과 영향력을 잘 알 수 있다”며 “총선을 10개월 남긴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장 여당의 총선 전략을 짜는 대통령의 최측근과 장시간 만난 건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원내대표는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에 따라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부를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렇다면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으로 정치 중립 의무를 져야 하는 서 원장이 이 부분에 대해 ‘대체 어떤 성격의 만남이고, 무슨 대화를 나눈 것인지 성실히 해명한다”며 “청와대는 국정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최소한 주의라도 주는 게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청와대와 국정원을 비롯한 여권 전체가 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오만 불손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사적 만남이라고 보기에는 국민이 보기에 부적절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며 “이미 양 원장이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일축했다. 덧붙여 “일단 국회 정상화를 먼저 해서 국정원법 등 정치개입 금지법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두 인물의 회동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는 것을 두고 “과도한 해석”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확하게 그 자리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다”며 “사적인 만남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그것과 무관하게 국정원에 관련된 국내 정치 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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