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경화 교체"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19.05.29./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국가 기밀 유출’ 논란을 두고 야당과 대립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강효상 의원이 외교부에게 고발 당한 것에 대해 '강경화 교체'를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29일 이번 논란을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자격 논란에 불씨를 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치열한 외교전을 펴야 하는데 강경화 장관이 이끄는 외교부는 야당 죽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강 장관을 교체하는 것부터 외교부가 바로 서는 길"이라고 강 장관을 겨냥했다.

앞서 외교부는 이날 강 의원과 강 의원에게 정보를 유출한 K씨에 대해 “중대성을 감안해 외교 기밀을 유출한 직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며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외교 기밀을 언론에 공개한 강 의원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조치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당의 이같은 ‘강장관 교체’ 카드는 외교부의 고발 조치에 따른 반발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단순한 기강해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외교가 당면한 무능 외교에 대한 내부 목소리"라며 "강 의원이나 외교관의 기강해이나 기밀누설로만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외교정책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재발방지의 근본책"이라고 호소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9.05.29./사진=뉴시스

강 장관의 자격 논란은 야당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박 의원은 “외교부 도처에서 사고가 나오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기강을 확립하지 않으면 나머지 3년이 어렵다”면서 “그분들(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대사)은 능력에 비해서 출세를 너무 많이 한 분들”이라고 강 장관을 겨냥했다.

박지원 의원은 29일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각에서는 강경화·조윤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외교부가 지금 몇 차례인가”라고 반문하며 “도처에서 사고가 나오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기강을 확립하지 않으면 나머지 3년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너무 오래 한 것이고, 너무 실수를 덮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논란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경책을 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안을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강 의원의 논란을 두고 강 의원에 편에 선 한국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먼저 문 대통령은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의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을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며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제소할 예정이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한·미 두 정상의 불법적인 통화 유출에 대해 강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나 이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어제 민주당은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어 외교부의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하며 “이번 통화 유출 외에 강 의원에게 유출된 외교기밀이 두 건이 더 있다는 외교부의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변인은 “정쟁을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강 의원의 행위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한국당은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외교의 믿음과 신뢰회복을 위해 국회 정상화와 국회 윤리위원회 개최 및 강 의원 제명에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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