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예상 밖 결과” 한 목소리…높은 진입장벽 절감

최종구 금융위원장.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제3인터넷은행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토스·키움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모두 탈락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심사결과 발표 직전만 해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키움과 토스뱅크 둘 다 예비인가를 받거나 최소 한 곳 정도는 인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두 곳 모두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부평가위는 키움뱅크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토스뱅크의 경우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과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각각 미흡해 예비인가를 권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키움뱅크는 안정적이지만 혁신성이 부족했고 토스뱅크는 혁신적이지만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에 탈락한 토스·키움뱅크 모두 불승인 사유를 인지했을 것”이라며 “다음번에 인가 신청할 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향후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토스와 키움증권 양사 관계자는 “예비인가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의 재추진 여부는 아직까지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각종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업 진출 문턱이 높다는 게 재확인됐다”면서 “앞서 인터넷은행업 진출을 검토했던 네이버를 비롯한 신규 사업자들도 참여를 더욱 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지난 2017년 7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난항으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며 모든 신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특히 최근 들어선 부실채권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해 건전성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케이뱅크는 올 3월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이 0.8%로 1년 새 0.67%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는 국내 14곳 일반은행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3월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 0.18%를 기록하며 케이뱅크와 큰 차이를 보였다.

케이뱅크의 부실채권비율이 급증한 것은 자본금 부족 등의 영향으로 대출 중단 및 재개를 반복한 끝에 신규 대출이 많이 늘어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끼쳤다. 케이뱅크는 올 1분기 총여신이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경우 5조9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신규여신이 늘수록 부실여신비율이 낮아지는데 케이뱅크는 그렇지 못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보니 리스크가 높은 측면이 있다”면서 “1분기 부실채권 비율이 다소 높게 측정된 것은 같은 기간 동안 부실채권 매각이나 상각(비용) 처리를 하지 않아 부실채권 비율이 높게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가 어려움을 겪는 사이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출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발목이 잡혀있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최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청신호가 켜진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신사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토스와 키움 컨소시엄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것도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인가 심사 전 참여 의사를 철회한 네이버나 신한금융, NH농협 등도 카카오뱅크의 선점 효과가 강해지자 인터넷은행업에 뛰어들 메리트가 더욱 줄어들었다.

급기야 국내 인터넷은행 진출을 포기한 네이버는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인터넷은행 영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7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스마트폰 중심의 은행인 ‘라인뱅크’를 설립을 위한 ‘라인뱅크 설립준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일본 미즈호은행과 라인의 금융 계열사 라인파이낸셜이 공동출자한 형태다. 지분은 파이낸셜 51%, 미즈호 은행 49%로 구성했다.

라인 관계자는 “이번 주식회사 설립의 의미는 라인뱅크를 출범시키기 위한 법인 형태를 갖췄고, 계획을 현실화할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고 보면 된다”며 “향후 일본 금융당국의 은행업 허가를 얻게 되면 설립준비위원회라는 이름이 빠지고 ‘라인뱅크’라는 법인명으로 금융업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