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새 주인 찾기’ 난항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해부터 저축은행들이 다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대주주 규제 및 영업구역 제한 등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국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OSB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매각을 공식화하고 새 주인 찾기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두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기준 업계 8, 9위 대형 매물이다. 또 지방의 스마트저축은행, 유니온저축은행, DH저축은행, 머스트삼일저축은행 등 중소형 저축은행도 다수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이달 초 업계 8위 OSB저축은행을 소유한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공개 입찰에 나섰다.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자기 지분 76.77%와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올림푸스캐피털 지분 23%를 모두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OSB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각과 관련해 진행된 사항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9위 애큐온저축은행은 모기업인 애큐온캐피탈과 함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두 회사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는 외국계 사모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거래금액과 인수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 저축은행의 매각가로 OSB저축은행은 약 3000억원,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애큐온캐피탈을 포함해 약 6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이들 저축은행이 실제 인수합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어링PEA와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애큐온저축은행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OSB저축은행을 포함한 기타 저축은행들은 아직까지 협상대상자 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 규제 속에서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은 사실상 막혀있는 상태”라면서 “업계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기점으로 저축은행 업계를 바라보는 당국의 입장도 확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상 저축은행 대주주는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또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면 기존 대부업 완전 폐쇄를 약속하고 구체적인 계획안을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일례로 OK저축은행의 모기업인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웰컴저축은행의 모기업인 웰컴금융그룹은 2014년 저축은행 인수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오는 2024년까지 대부업을 폐쇄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 현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본점 소재지를 기준으로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남·충북 ▲광주·전남·전북·제주 ▲대구·경북·강원 ▲부산·울산·경남 등 6개로 나뉜다. 저축은행들은 본점이 속한 영업구역 대출이 전체 40~5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제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영업구역 제한은 비대면 채널에도 적용돼 비대면이 강화되고 있는 현 추세와도 맞지 않은 제도”라며 “특히 전국 단위의 영업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저축은행을 인수할 구매자도 선뜻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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