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업계 "큰 차이 없어"

종량세 주류세 개편안이 맥주와 탁주부터 우선 적용 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는 일정 기간 유예를 두는 내용의 주세 개편안 모델이 공개됐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량세 주류세 개편안이 맥주와 탁주부터 우선 적용 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는 일정 기간 유예를 두는 내용의 주세 개편안 모델이 공개됐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맥주 등 일부 주종만 종량세로 전환해 국산 맥주와 수제 맥주의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이면서 소주 가격 인상의 뇌관은 건드리지 않는 절충안을 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맥주 또는 탁주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고 나머지 주종은 중기적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주류세 개편 용역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이번 용역 연구 결과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주류업계 의견들을 토대로 주류세 개편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정부가 주세법을 만지작 거리는 까닭은 그동안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간 과세 표준이 달라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에 자회사를 세운 수입 맥주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덤핑해 수입맥주를 신고하면서 세금을 낮춰왔다는 지적이 나오자, 술의 양을 기준으로 한 종량세 전환 논의가 불거진 것이다. 

종량세 개편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국내 맥주업계다. 특히나 수제맥주 업계의 경우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수제 맥주업체들은 그동안 ‘종가세’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수제 맥주는 프리미엄 제품이라 재료비가 일반 맥주보다 높기 때문에 출고가가 높아 세금이 많이 붙고 가격이 비싸 수입 맥주와 일반 맥주에 밀렸다.

맥주업계는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 현재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국산 수제맥주 제품(500㎖·1캔) 가격이 1000원 이상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탁주업계는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어 종가세 혹은 종량세 중 무엇을 적용하든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탁주는 현재 과세표준의 5%의 주세와 10%의 부가가치세만 내면 된다.

맥주나 소주가 주세(과세표준의 72%), 교육세(주세의 30%), 부가세(과세표준+주세+교육세의 10%) 등 총 112.96%의 세금이 매겨지는 것과는 상반된다.  탁주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그래왔듯이 종량세 적용여부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기존 ‘4캔에 만원’씩하던 수입 캔맥주의 경우도 크게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저가 맥주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4캔에 1만원 들어있던 제품이 빠질 리 없다"면서 "ℓ당 환산했을 때 평균 주세액이 900~1000원이었던 아일랜드, 일본 맥주 제품이 공격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류주에 속하는 소주 업계의 입장은 또 다르다. 도수가 높은 소주는 종량세가 적용되면 가격도 그만큼 뛴다. 반대로 역시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대부분 고가여서, 종량제로 바뀔 경우 오히려 세금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문제는 소주와 위스키 모두 현행 과세체계에서 증류주로 분류되는데, 소주만 따로 떼어 과세체계를 재편할 경우엔 WTO(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 소지도 있다.

양순필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과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오늘 공청회에서 오고 간 내용을 토대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주류세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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