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순위 26위로 ‘우뚝’…美사업은 낙제점?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지난해 자산 11조9000억원으로 재계순위 ‘26위’로 우뚝 선 하림이 해외사업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 육계시장 불안정에 따른 닭고기 시세 하락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진데다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실적 악화로 계열사들의 자금수혈이 단행되고 있는 상황 속 채무보증액도 1000억원을 웃돌아 국내 및 그룹 내 전체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단 분석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은 지난달 22일 하림USA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를 목적으로 56억6000만원을 출자한다. 하림USA는 하림이 지분 33.09%를 보유한 미국 계열회사로, 지난 2011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중견 닭고기업체 알렘패밀리푸드(현 알렘하림푸드)를 인수키 위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앞서 하림은 지난해 4월과 8월에도 총 91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또 다시 자금수혈에 나선 것.

이와 관련 하림 관계자는 “자금 출자의 경우 기간에 상관없이 투자가 필요하면 국내외를 제외하고 추가로 진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국내 및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하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47% 줄어든 8285억9900만원을, 영업이익은 15억1000만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91.63% 감소했다. 더군다나 당기순이익은 142억7700만원을 기록, 적자전환 했다.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것은 하림USA의 장부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이 반영되면서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림USA의 매출액은 905억6500만원으로 전년(984억9700만원)대비 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도 80억2500만원에서 112억7400만원으로 40.5% 확대됐다. 여기에 관계기업들의 투자손실까지 반영되며, 현재 그룹 전체의 수익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

하림이 짊어진 채무보증액도 1000억원에 달한다. 하림USA에 대한 지난해 기준 채무보증액은 총 1015억원이다. 특히 지난해 차입금 규모는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증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의 경우 전체 차입금의 80%가 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의존도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34.17%였던 의존도는, 지난해 51.29%로 증가했다.

투자손실 반영으로 인한 지분법손실도 막대하다. 하림의 지난해 지분법손실은 총 132억원으로, 올 1분기에만 53억원의 지분법손실이 반영됐다.

이런 상황 속 하림USA에 대한 계열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림 외에 하림USA에 대한 계열사들의 자금수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현재 하림USA의 지분은 ▲하림 33% ▲엔에스쇼핑 19% ▲팜스코 19% ▲선진 19% ▲하림지주 10% 등이다. 올해 출자 결정을 내린 계열사 모두 하림USA의 주요 주주들로, 최근 팜스코(56억5800만원)·엔에스쇼핑(56억6600만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의 경우 누적 출자금액만 153억원에 이른다. 해외사업 부진에 계열사들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단행한 투자 진행이 어느덧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으로 번져가고 있단 지적이다.

하림 관계자는 “미국 법인의 실적 부진은 알려진 대로 닭고기 시세하락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설비투자 비용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며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실적 부진을 개선키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림은 지난해 자산 총액 11조9000억원으로 재계 서열 26위에 올랐다. 앞서 하림은 지난 2017년 10조5000억원으로 재계 서열 32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1조4000억원 늘어난 11조 9000억원으로 집계돼 6단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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