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한국철강협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서관 아트홀에서 열린 2019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국내 철강사들이 모두 모이는 '철의 날' 기념식이 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렸다. 국내 최초의 고로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1973년 6월 9일을 기념하며 철강업계가 모여 업계 종사자의 노고를 격려하고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표창하는 자리다.

그러나 올해 철의 날은 행사에 참석한 철강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강력한 환경규제가 더해지면서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어서다.

특히 최근 부각된 고로의 브리더(안전밸브) 개방으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된 데 대한 지자체의 조업정지 처분 여부를 두고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만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해외의 주요 고로 엔지니어링사와 고로 브리더 문제의 기술적 대안을 찾는 중"이라면서 "국내 제철소는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도 "용광로에서 브리더를 여는 것 외에 정비나 비상시에 다른 기술이 없다"며 "전세계 철강협회와 고로사, 엔지니어사들과 고민을 해서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조업정지 후 재가동을 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통상마찰과 더불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로 인해 철강산업에 대한 환경개선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2021년까지 대기방지시설에 1조5000억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며 선진화된 환경관리시스템 구축 및 개선활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최 회장은 고로 브리더 문제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철강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업계는 고로 가동 정지라는 위기 상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고로를 중단한다고 고로 브리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도 없이 일단 중단부터 시키려는 태도에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충남도는 지난달 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고로 브리더를 개방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며 10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전남도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경북도는 포스코 포항제철고 고로에 대해 같은 처분을 내리고 청문 절차에 들어갔다.

고로는 개수공사가 이뤄지는 20년 가까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만약 고로가 멈춰 쇳물이 굳을 경우 복구 작업에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현대제철은 연간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가 멈추면 보수 비용을 제외하고 약 800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는 특성상 정비작업을 하려면 브리더를 개방해 고로의 압력 상승을 막아야 폭발을 막을 수 있다. 이 작업 없이 정비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에서 해당 문제를 이유로 고로 가동을 정지시키는 것은 결국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닌 국내 철강사의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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