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통한 연간 매출액 약 2조7000억원 전망…업계 지각변동 ‘불가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사진=현대카드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형유통업체 ‘코스트코’를 앞세워 업계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스트코 제휴 사업자가 무려 19년 만에 삼성카드에서 현대카드로 변경됨에 따라 카드업계 지각변동이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16개 코스트코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는 현대카드와 현금 결제만 가능해졌다. 이에 기존 코스트코 회원 및 신규 회원들의 현대카드 발급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단일카드 결제방식을 고수해온 코스트코는 지난 1999년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삼성카드와 제휴 관계를 이어왔다. 이 기간 동안 네 차례나 재계약에 성공한 삼성카드는 지난해 8월 현대카드에 독점권을 넘겨주게 됐다.

코스트코는 한번 계약하면 장기간 독점 결제권을 누릴 수 있어 시장점유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코스트코는 회원 수가 약 200만명에 육박하고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 3조9227억원에 달한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카드결제 비중이 약 70% 정도임을 고려하면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의 추정 카드 매출액 약 2조7000억원 가량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카드업계 3위 KB국민카드의 카드 취급액(일시불+할부) 87조4104억원과 4위 현대카드 85억4146억원의 격차인 1조9959억원보다 크다.

즉, 현대카드가 기존 코스트코 회원을 무리 없이 자사 고객으로 유치하면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코스트코 가맹점 수수료율이 0.7%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수수료 수익도 약 200억원에 달한다.

그간 삼성카드도 코스트코를 통해 연간 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이를 경쟁업체로부터 고스란히 가져오게 되면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코스트코 결제 개시 이후 카드 발급을 위한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스트코와의 파트너십을 새로운 패러다임의 ‘금융과 유통의 협력 모델사업’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와 단순 결제 서비스 제휴를 넘어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모색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결제 데이터를 공동으로 분석해 코스트코 회원들에게 맞춤형 상품과 혜택을 제공하고, 양사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업계에서는 ‘우리-롯데카드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약 두 카드사가 실제 합병으로 이어지게 되면 자산규모 기준 3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오는 등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개 카드사 자산규모 순위는 ▲신한카드(29조3500억) ▲삼성카드(23조47억) ▲KB국민카드(20조5074억) ▲현대카드(15조9439억) ▲롯데카드(12조6527억) ▲우리카드(9조9831억) ▲하나카드(7조9847억) 순이다.

코스트코 제휴사 지위를 잃고 위기를 맞은 업계 2위 삼성카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손잡고 고객 이탈 방지에 힘쓰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9100억원으로 규모 면에서 코스트코에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들어 해마다 20%대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빅데이터와 디지털 역량을 총동원해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을 지속해서 전개해 양사가 상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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