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노동계의 하투(夏鬪)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임단협은 으레 그렇듯 올해도 노사간 치열한 줄다리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일부 노조는 이미 파업카드를 휘두르는 등 격렬한 하투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노사간 교섭이 시작된 가운데 완성차 업계에서 이목을 끄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아직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에서다.

최근 르노삼성차에서는 장기간의 파업에 지친 노조원들이 집행부를 불신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어렵게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후 조합원의 파업 참여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지난 10일 파업 참여자는 조합원 1843명 중 699명으로 참여율이 37.9%에 그쳤다. 60% 이상이 정상 출근해 공장도 가동했다.

노조가 전면파업을 선언했음에도 조합원이 이를 거부한 셈이다. 특히 이날 주간 근무자는 71%나 출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르노삼성차가 야간 근무조 운영을 중단하는 부분직장폐쇄를 한 첫날인 12일에는 출근율이 69.0%에 달했다. 노조원 정상 출근율은 66.2%였다. 부분직장폐쇄라는 초유의 사태에 노조가 긴급집회를 열고 강경대응을 예고했음에도 말이다.

르노삼성차측은 전면파업 상태에서 주·야간 2교대 근무를 했던 지난 11일 노조원 출근율(62.9%)보다 오히려 이날 출근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거의 1년여가 이어진 노사갈등에 조합원들이 지치면서 투쟁 동력을 잃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 경영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파업이 노조 내부 균열을 불러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르노삼성차의 파업은 이미 60여차례에 달하고 그간 발생한 누적 손실만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일부 협력사에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명분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조합원의 신임까지 잃어버린다면 오히려 노조 집행부가 설 곳을 잃을 수 있다. 르노삼성은 이번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칠 정도로 노사관계가 좋은 기업이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벌인 지난 1년여간의 투쟁은 완성차 업계에 '무분별한 파업이 노노(勞勞)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선례로 기록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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