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지호 기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의 의붓아들(4) 의문사에 대한 진실 공방이 거세다.

고씨의 현 남편은 석달 전 자신의 아들을 고씨가 살해했다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고 나선 반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공정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범죄 혐의가 없는 질식사'에 무게가 실리던 고씨의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은 경찰 수사에 신뢰를 잃은 현 남편의 검찰 고소로 새 국면을 맞았다.

다만, 고소인 조사만 제주지검에서 담당하고 고씨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는 충북 경찰이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이르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고씨의 현 남편 A(38)씨의 아들 B(4)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졌다.

당시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던 고씨는 남편의 비명을 듣고 거실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 고씨는 경찰에서 "감기에 걸려 다른 방에서 잠을 잤는데, 남편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아이를 둘러업고 나와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B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B군을 함께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B군의 부검 결과는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외상이나 장기 손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B군은 제주도에서부터 감기약을 복용해왔으나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고씨를 B군에 대한 살인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A씨는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고씨가 내 아들을 살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고소장 제출 이튿 날 취재진들과 만나 "충북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경찰 수사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숨진 아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 확대를 요구했으나 경찰을 믿을 수 없어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며 "경찰은 고씨를 1차례 참고인 조사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B군의 발견 상태와 B군이 복용한 감기약, 이에 대한 고씨의 반응, B군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고씨의 행동, 육아 문제 등을 고씨의 범행 정황으로 의심을 품었다.

또 그는 "발견 당시 아들의 얼굴 주변에 피가 묻어 있었고 지금도 침대 매트리스에 피가 묻어 있는 상태"라며 "단순 질식사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이 숨지기 전날 밤 고씨와 차를 마신 뒤 평소와 달리 깊은 잠에 빠졌다"며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 등의 약물 범행을 강조했다.

이에대해 경찰은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데다 오히려 A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의 전 남편 살인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A씨는 고씨에 대한 범죄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며 수사를 해왔는데, 이제와 입장을 바꾸고 부실수사를 거론하는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B군이 숨진 채 발견된 당일 현장 감식과 A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했다. 당시 A씨의 집에서는 외부 침입 흔적이나 범행 도구 등 타살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진 유족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가며 수사를 해왔다"며 "A씨에게만 수사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A씨는 아이와 함께 잠을 잤던 친아버지이자 유족 대표로 첫 조사를 받은 것이고, 이후 국과수 부검 결과와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나와 추가로 조사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실수사냐 거짓진술이냐를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최근 불거진 '버닝썬' 사건와 연예인 마약사건 부실수사, 지난 4월 진주 방화·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대응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경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짙다. 

아이디 song****님은 "경찰이 되면, 처음에는 정의심에 불 탄다.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런 것은 사라진다.불합리한 시스템에 실망하고 분노하다가 지치고 지쳐 눈치보면서 요령껏 하는거에 익숙해 진다. 전문가들이 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찰의 불합리한 시스템이 우선이고, 요새는 잠잠해진 수사권 조정안은 완전히 폐기가 되어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아이디 사용자 mls7****님은 "경찰대를 개편해서 수사전문학교로 바꿔서 수사전문가들의 기법을 교육하는 학교로 바꿔야한다"고 반응했다. 

아이디 tkaq****님 역시 "경찰 못믿겠다 검찰이 총지위하고 경찰 지휘권박탈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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