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9일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질병 방지를 위한 ‘전국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협회 임원, 각 지부장 및 전국 한돈농가 등 약 2000여명이 농민가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대한한돈협회.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이 북한까지 확산된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ASF는 치료법·백신이 없어 살(殺)처분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을뿐더러 국내로 유입될 시 양돈농가는 물론 자영업, 소비자들의 식탁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국내·수입산 돈육을 함께 사용하는 식품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직 국내에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우려대로 국내로 유입될 시 양돈농가는 물론 식품제조업체, 나아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육가공 제조업체의 경우 한돈·수입돈을 적정 비율에 맞춰 사용하는 만큼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ASF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육가공품 기피 성향에 따라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높다. 또 미국·유럽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된다면 돼지고기 수입 금지와 함께 원재료에서 국산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폐사 등으로 인한 공급 불안정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 진행될 우려까지 뒤따른다.

앞서 지난 2010~2011년 발생한 구제역 사태 당시 전국적으로 돼지·소 348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은 40% 이상 폭등,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육가공업체들은 2011년 햄·만두 등 육가공 조리제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10% 가량 올린 바 있다.

현재 대표적인 돼지고기 가공식품은 햄·소시지, 만두 등이다. 국내 육가공품인 캔햄은 주로 북미·유럽, 국내산 돼지고기를 혼합해 만든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 ‘스팸’은 미국과 스페인, 캐나다 등 외국산(80%)·국산(20%)을 섞어 만든다. 또 롯데푸드 ‘로스팜’은 미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 외국산 돼지고기(77.78%)·국산(22.22%)을 사용한다. 이 외에도 동원F&B의 ‘리챔’은 91.10%의 외국산 돼지고기를, 대상 ‘런천미트’는 66.32%의 외국산·국산 돼지고기를 각각 혼합해 만든다.

냉동만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식품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냉동만두의 경우 대부분 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상태로, 당장은 가격 인상을 논할 수 없다”며 “하지만 국내로의 유입 문제와 더불어 사태의 장기화가 이뤄질 경우 수요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사업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 회사 측에서도 당연히 가격인상은 고려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발병 시 국내산 대비 수입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타 육가공업체들도 발병 시 육가공 소비 침체로 인해 당장은 가격 인상을 진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한편, 비상이 걸린 돼지 농가들은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까지 확산됐지만, 정작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유다.

앞서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9일 세종시에 위치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질병 방지를 위한 ‘전국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돈협회가 환경부에게 요구한 주요 사항은 ▲돼지에 대한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 전면 금지 ▲북한 ASF 발생에 따른 야생 멧돼지 개체수 선제적 저감 대책 수립 ▲공항·항만을 통한 휴대 불법 축산물 유입금지 강화 방안 마련 등이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환경부는 국내에서 발병하지 않았기에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를 일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런 미봉책으로는 절대 ASF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경 검역을 강화하고 밀수 축산물의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 수입 식품 판매자와 공급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밀수품 특성상 공급자를 찾지 못할 경우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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