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지호 기자] 검찰이 '정태수(96) 전 한보그룹 회장이 숨졌다'는 넷째 아들 한근(54)씨의 진술을 듣고 이와 관련된 사망 증명서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지난 22일 국내로 송환된 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 에콰도르에서 숨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인했다.

정씨는 조사를 통해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입증할 관련 자료가 압수된 소지품에 들어있다고도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전날 외교부를 통해 외교 행랑 편으로 정씨의 여행가방을 인계받아 조사했다.

검찰이 확보한 관련 자료에는 정 전 회장 사망 증명서, 유골함, 정 전 회장의 키르기스스탄 국적 위조 여권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 전 회장 사망 증명서는 에콰도르당국이 발급한 것으로, 정 전 회장의 위조 여권상 이름과 함께 그가 지난해 12월 숨졌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에콰도르 당국에 증명서 진위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던 지난 2007년 병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종적을 감췄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이 재판에 불응하자 불출석 상태로 2009년 5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또 정 전 회장이 체납한 세금은 환수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 전 회장은 증여세 등 73건의 국세 2천225억2천700만원을 내지 않아 고액 체납자 1위에 올라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사망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들 정씨에 대해서도 그간 도피로 인해 중단됐던 재판을 재개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재산 은닉 등 추가 범죄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회사자금 약 322억원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 명의 계좌를 통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혐의 등으로 지난 1998년 검찰 수사가 받던 중 잠적했다가 지난 22일 송환됐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감안해 지난 2008년 9월 정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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