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신용등급전망 '부정적' 하향...홍재은 사장 묘안은?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금융지주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농협생명보험(대표 홍재은)이 적자경영에도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에 매년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한국기업평가(대표 김기범)는 지난 21일 농협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에서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후순위 회사채에 대해서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등급전망은 '안정적'이었다.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은 농협생명의 수익성이 당분간 저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기평은 농협생명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농·축협조합에 지급되는 수수료와 농지비 부담이 수익성 개선에 구조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헤지비용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협생명은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15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2017년 1009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230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됐다. 올 1분기에도 14억원 순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규모 손상차손으로 700억원이 발생했고 매각손실만 1500억원이 넘었다. 올 1분기에도 투자손익이 부진했다.

그런데도 농협생명은 농지비 지급액이 2017년 526억원에서 지난해 628억원으로 1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190억원이 지급됐다.

지역조합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분할설립 이전부터 지급한 위탁협약수수료가 더해져 다른 방카슈랑스 채널에 비해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역 농·축협조합이 1122개, 농협은행은 1135개다. 농협생명은 광범위한 이 영업망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회보험료의 93%(지역 농·축협조합 74%·농협은행19%)가 여기에서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보험금지급여력(RBC)비율도 좋지 않다. 보험업법에서 RBC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각종 리스크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을 보험사에 내재된 각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의 손실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지속적인 요구자본 증가와 대규모 적자 시현으로 올해 3월말 193%까지 하락했다. 1년 전 213.9%에서 20.5%포인트나 떨어졌다. 생명보험업계가 같은 기간 동안 258.2%에서 285.4%로 27.2%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24개 생명보험사 중 올해 1분기 RBC비율이 하락한 곳은 농협생명과 매각 예정인 KDB생명 뿐이었다.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12월말부터 200%를 밑돌고 있다.

한기평은 농협생명의 지급여력이 증가세가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 금리하락으로 채권평가이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미 발행한 후순위채의 자본인정액 상각이 시작되고, 이익시현을 통한 자본축적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요구자본 측면에서도 시장금리와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이 공시기준이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금리위험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미정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RBC비율이 200% 미만을 지속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며 "내년에 2019년도 결산까지 봐서 RBC비율이 200%를 상회하면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농협생명이 RBC비율을 언제, 얼마나 개선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예전엔 농지비 대신 '명칭사용료'라고 불렀다. 농협생명은 농협은행과 같은 부과율이 적용된다. 매출액에서 최대 2.5%가 부과되는데, 농협손해보험과 NH투자증권에 비해 부과율이 높다.

금융감독원(원장 윤석헌)도 농협생명의 농지비가 과도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협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농협생명의 농지비를 책정할 전망이다. 농협 설립 취지가 농업 발전 등에 있는 만큼 다른 기업의 상표권 사용료와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1월 농협생명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홍재은 사장이 올해로 34년 '농협맨'이라는 점에서도 수익성의 발목을 잡은 농지비에 대한 조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결국 농협생명이 자본확충을 하지 않는 이상 RBC비율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회사들은 2022년 도입되는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앞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 규제 수치보다 여유 있어 단기적으로가 아닌, 2022년에 앞서 장기적으로 자본확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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