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은 '감감무소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4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부터 30일까지 1박2일간 한국을 공식방문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3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고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 대해 “한미동맹을 더 공고히 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양국의 긴밀한 공조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두 번째이며, 2017년 11월 이후 약 19개월 만이다.

◆북미 간 훈풍 '솔솔'

특히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간 교류가 눈에 띄게 늘어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상호 간에 ‘매우 우호적인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 동영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 받은 친서를 생일축하 편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4일생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에게 감사 편지(a thank you letter)를 보냈다. 나는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친서를 주고받았음을 밝혔다.

앞서 북한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를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평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신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결렬된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 친서 교환으로 양국의 긴장관계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실마리를 제공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의 친서에) 추가 회동 언급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있었을 수도 있다(Maybe there was)"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남북 접경지인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미 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의 비무장지대 ‘깜짝’ 만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남북미 정상회담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 측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후 한국을 방문할 때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는 27~30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보다 이틀 앞서 방한할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대북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가 최우선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비핵화는 '글쎄'

이 가운데 북한은 26일 미국 정부에게 북한에 적대적인 실무자들이 있는 한 비핵화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발표해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하여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3일 대이란 추가 제재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현재 북한 경제의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고 이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은 “제재가 조미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듯이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국가는 미국의 제재에 굴복할 나라가 아니며 미국이 치고 싶으면 치고 말고 싶으면 마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누구든 우리의 자주권, 생존권을 짓밟으려 든다면 우리는 자위를 위한 실력행사의 방아쇠를 주저 없이 당길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외무성 대변인이 언급한 대북제재와 더불어 가장 주목 되는 의제로는 단연 비핵화가 꼽힌다.

이에 대해 로버트 애슐리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미국 정보당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준비가 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슐리 국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IC(정보공동체) 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평가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북해 1박 2일 일정을 보냈다.

이에 대해 지난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시 주석이 이번 북한 방문을 통해 “대국의 책임을 보였고 한반도 정치 대화 프로세스에 새 힘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쑹 부장은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의 대화 분위기가 정체된 점을 강조하며 “시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어떻게 한반도 문제를 다룰지 솔직하고 깊이 있게 교류했다”고 말했다.

특히나 북한은 한반도에 큰 결단이 내려질 때마다 시 주석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이에 북한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이번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해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4일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과 함께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 분석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정권은 시 주석 방북을 통해 향후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면 개입으로 오히려 북한의 핵폐기가 더 힘들어지고 제재도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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