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들 ‘시너지’ 효과 기대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사진=유한양행 홈페이지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이정희 사장이 이끄는 유한양행이 연이은 1조원대 기술 수출에 성공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는 지난해 폐암 치료제 기술을 1조4000억원에 수출한 데 이은 조 단위 계약 성사로, 이 사장 취임 후 공들였던 연구개발(R&D) 투자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단 평이다.

2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하 NASH)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8억7000만 달러(약 1조53억원)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4000만 달러(462억원)를 비롯해 개발·허가, 매출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 8억3000만 달러를 수령한다. 아울러 제품이 출시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추가 지급 받는다.

이번 계약 성사로 양사는 내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GLP-1과 FGF21 등 두 가지에 결합해 효과를 내는 이중작용제(dual agonist)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혁신 신약을 공동 개발하게 된다. NASH는 간 지방 축적·염증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으로,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아주 적게 마셔도 간에 지방이 쌓여 간세포가 손상되는 질병이다.

현재 이렇다 할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NASH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 바이오의약품 기술수출 사례이기도 해 그간 ‘체질 개선’을 목표로 성장동력 찾기에 나섰던 이 사장의 R&D 뚝심이 비로소 빛을 발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장은 지난 2015년 취임 이후 R&D 부문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매진 해 왔다. 실제 유한양행의 R&D 투자는 ▲2015년 726억원 ▲2016년 865억원 ▲2017년 1037억원으로 불어나 연구개발 1000억원 시대를 연 바 있다. 지난해엔 1100억원으로, 올해 연간 R&D 투자 규모는 1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한양행은 이 같은 이 사장의 지휘아래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며 순항중이다. 이는 그간 기술 수출 실적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비소세포폐암 신약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으로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와 12억5500만 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폐암 신약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와 2억1815만 달러(2400억원) 규모의 퇴행성 디스크질환 치료제로 기술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런 기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술 수출과 맞물려 지난 1월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7억8500만 달러(8800억원) 규모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치료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기술수출 성과가 4건이나 나온 셈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빅파마들과의 만남을 통한 시너지 효과 역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인보사 사태로 근래 우중충했던 제약·바이오 산업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취임 초부터 신약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명실상부한 R&D 중심의 제약사로 굳건히 키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의 다짐대로 임기인 오는 2021년 3월까지 매출 2조 달성을 위한 ‘잭팟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편, 1951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한 이 사장은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 후 지난 1978년 유한양행 공채로 입사해 유통사업부장, 마케팅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입사 후 37년 만인 지난 2015년 3월 유한양행 신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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