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사건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지호 기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심에서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대한항공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이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각각 벌금 3000만원, 1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안 판사는 "검찰이 이 전 이사장에 대해 구형한 벌금 3000만원은 최고형에 해당하는 점을 감안해도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형벌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 판사는 "이 전 이사장은 한진그룹 총수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치 대한항공이 자기 가족 소유 기업인 것처럼 비서실을 통해 가사도우미의 모집 과정과 선발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하달했다"며 "또 그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임직원으로 하여금 조직적으로 불법적으로 가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들은 외국인 출국관리를 통한 안전한 국경관리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관리 및 외국인 인력 수급을 통한 고용시장 정상화와 사회통합을 꾀하려는 국가기능에 타격을 주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필리핀 도우미 중 가장 오래 고용됐던 A씨의 경우는 급여인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필리핀 현지로 돌아갔는데도 이씨는 마치 법정에서 (자신이) A씨를 귀국시킨 것처럼 양형을 주장했다"며 "(이씨가) 진정으로 범행을 뉘우치는지 의심이 간다"고 꼬집었다.  

안 판사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취지로 징역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 총수의 자녀라는 위치를 이용해 임직원들에게 외국인 불법입국을 조직적·계획적으로 가담하게 했다"며 "또 필리핀 사람들을 소개한 현지 인력 송출업체 비용과 그들의 항공비도 대한항공 인사전략실을 통해 대한항공이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지자 가사도우미 B씨를 급하게 출국하게 한 과정에 대해서도 "조 전 부사장이 (B씨를) 대한항공 비행기로 가게 한 점은 범행을 감추는 데도 대한항공을 이용한 것"이라고 안 판사는 지적했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6명을,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인 5명을 2013년부터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월 50만원 정도의 급여를 주고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월2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반면 이 전 이사장은 한 차례 혐의를 부인했다가 지난달 13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입장을 바꿔 혐의를 전부 인정한 바 있다.

이밖에도 지난달 13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관세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에서 이 전 이사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700만원 및 추징금 3700만원을, 조 전 부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원과 추징금 63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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