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모호한 치매보험 약관 손질

한 보험사가 서울 광화문역에 치매보험을 광고하고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윤주애 기자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금융감독원(원장 윤석헌)이 모호한 치매보험 약관에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뇌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의사가 치매라고 진단하면 치매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으로 약관을 바꿔 올해 10월에 판매되는 상품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보험 가입자에 대해서도 MRI 검사에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않도록 행정지도에 나설 방침이다.

치매보험은 최근 치매 환자 수가 늘고 보장 내역이 경증치매까지 확대되면서 가입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치매보험 보유계약은 약 380만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3월에만 신규 가입이 88만건 이었다. 

문제는 치매를 진단하는 기준이 병력, 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CT, MRI, 뇌파 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약관이다. 일부 보험사가 이 약관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는 MRI 등 뇌영상 검사 결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매보험금을 놓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대한치매학회와 금감원 산하 보험상품자문위원회,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거쳐 '치매 보험 약관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새로운 약관은 "치매 진단은 치매전문의(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가 병력 청취, 인지 기능 및 정신 상태 평가, 일상생활 능력 평가 및 뇌영상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린다"고 정했다. 

또 "뇌영상 검사 등 일부 검사에서 치매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검사에 의한 종합적인 평가를 기초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렇게 되면 치매 관련 약을 처방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다만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전문의의 치매 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새로운 약관은 기존 가입자들에게도 적용된다. 금감원은 이달 중 보험사들이 MRI 검사 소견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금을 거절하는 일이 없도록 행정지도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가벼운 치매 진단만 받아도 1000만~3000만원을 일시에 지급하는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만, 치매 진단 기준이 다른 질병에 비해 주관적이기 때문에 향후 대규모 보험금 지급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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