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거쳐 수출된 한국산 철강에 '관세폭탄'

자료사진./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미국 상무부가 베트남을 거쳐 수출된 한국과 대만산 철강에 '관세폭탄'을 매겼다. 

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한국과 대만산 철강이 베트남에서 공정을 거쳐 내식성철강제품(CORE)과 내연강판(CRS)로 미국에 우회 수출, 관세를 피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최대 456%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비 판정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베트남이 중국보다 더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며 '가장 나쁜 착취자'라고 지칭한 이후 이뤄져 이목을 끈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가 미·베트남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미국 정부는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형태로 관세를 회피하려는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395억달러로 급등했고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는 17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기업들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회피경로로 베트남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 역시 급증해서다.

문제는 이로인해 우리 기업들 역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이후 '포스트차이나'로 베트남을 택하고 적극적으로 현지 진출에 나섰다.

베트남은 현지진출 해외법인에 다양한 혜택을 부과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에 전자, 기계, 철강 등 국내 기업 중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꾸린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로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도 현지에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생산합작법인 설립에 이어 올해 판매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입지 강화에 나섰다.

SK는 베트남 1위 민영기업인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6.1%를 인수하는 등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을, 한화에너지는 올해 태양광 발전소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철강사로는 포스코가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고 세아제강은 세아스틸비나를 통해 베트남에서 강관을 제조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스틸 파이프를 설립해 파이프 시장도 공략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을 향한 이유는 빠르게 경제성장을 도모하면서 내수 수요가 풍부하고 동남아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어서"라며 "미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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