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희화화 광고에 시민 공분
사측 “게시물 삭제하고 정중히 사과”
내년 거래액 1조 이상 전망…타격 입을까

무신사는 광고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사진=무신사 인스타그램 캡쳐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온라인 패션 스토어로 ‘폭풍’ 성장 중인 무신사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이뤄진 ‘경찰 거짓말’을 광고 문구로 사용해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다. 역사 비극으로 남아 있는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민감한 우리 네티즌들의 정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여론 뭇매를 빗겨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광고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무신사는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양말 광고를 공개했다. 해당 광고에는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문제는 1987년 박종철 열사가 경찰에서 고문을 받다 사망한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당시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거짓말을 둘러댄 것으로 드러났다.

무신사의 이런 광고가 공개된 후 반응은 상당했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비난이 거셌다.

결국 무신사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사측은 “당사의 홍보용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불쾌감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콘텐츠 검수 과정에서 거르지 못한 점, 무엇보다 해당 사건이 갖는 엄중한 역사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검수 과정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문 게시 이후에도 네티즌의 비난은 거세졌다. “알고 했어도, 몰랐어도 죄다” “선을 넘었다”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번져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무신사 불매운동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무신사 관계자는 "논란이 된 해당 광고문구를 수정해 타 채널에 게재할 계획이 없다. 앞으로 콘텐츠 발행 과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담당자를 추가로 배정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 사진=무신사 인스타그램 캡쳐

◆ 성장 폭풍 “무섭네”

무신사는 지난 2001년 한 대학생이 개설한 ‘스트리트 패션 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2009년 온라인 쇼핑몰로 변신 이후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업계선 ‘패션업계 올리브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내외 브랜드를 다양하게 입점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갔고, 특히 무신사 특유의 기획력, 콘텐츠 등이 합을 이뤄 패션 플랫폼으로 성공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난해 무신사는 전년 대비 150% 증가한 4,5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81억원·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15% 각각 신장했다.

입점 브랜드와 신규 회원 증가, 강력한 콘텐츠 커머스 사업,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 상승이 성장을 이끈 배경이라고 사측은 밝혔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 사업체가 흑자를 내기 어려운 시장 상황임에도 무신사가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도도 높아진 상태다.

현재 무신사 누적 회원 수는 470만명, 입점 브랜드는 3,500개로 파악됐다. 지난 2016년 회원 수 100만명, 입점 브랜드 2,100여개, 2017년 회원 수 190만명, 입점 브랜드 3,000여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무신사는 올해 거래액 1조1,000억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브랜드와 동반성장 지원사업 확대는 물론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등 공격적인 비즈니스 기획, 마케팅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무신사는 첫 오프라인 채널인 '무신사 테라스'를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이곳은 무신사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브랜드와 고객이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오는 8월 중에 오픈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처럼 업계 주목을 받으며 고속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무신사가 이번 광고 논란에서 벗어나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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