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덴서 자동세척’ LG 건조기 하자 논란 점화
고객 1만5천여명 “보상 요구”…집단행동 돌입
‘신뢰’ 기로 선 LG전자 “기능상 문제없다” 반박

올해 2월 구입한 LG 건조기 내부 콘덴서 모습/사진=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약 5년 전 LG 6모션 통돌이 세탁기 ‘먼지 논란’과 닮았다. 이번엔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을 독주하던 ‘LG 건조기’가 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탑재한 LG 건조기가 먼지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고객들 원성이 자자하다.

논란은 지난달 말 14kg LG 건조기 콘덴서를 직접 촬영한 블로그 영상에서 시작됐다.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을 탑재한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다.

8개월 남짓 사용했다는 LG 건조기 콘덴서에는 약 1/4가량 먼지가 눌러붙어 있었다. 물과 엉켜 억지로 떼어내지 않는 한 쉽게 제거되지 않을 먼지였다. 블로그 주인은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으로 깨끗하게 관리가 가능하고 소비자들 편한 것처럼 광고하더니 속았다”며 “혹시 이글을 보고 있는 분들이라면 건조기 구입 시 깊이 고민해보라”고 전했다.

앞서 LG전자는 2017년 이후 출시한 건조기에서부터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적용했다. 건조할 때마다 3개의 물살이 콘덴서를 자동 씻어주므로, 고객들이 직접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건조기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콘덴서(열교환기)는 옷감의 습기를 빨아들여 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차별화된’ 기능이라고 내세웠다. 수동세척에 비해 발전된 기술이라는 것. 또한 글로벌 국가에서의 마케팅 방향도 이 시스템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들은 지난해부터 이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에 의구심을 가졌다.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탑재했더라도 먼지가 완전히 걸러지지 않아 2~3년마다 세척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지역 맘카페 등에는 이 같은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의 한계를 거론, 어떤 건조기를 사야 할지 문의하는 글이 연초부터 수두룩하다. 다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가전=LG’라는 신뢰감 하나로 LG 건조기를 선택한 것으로 관찰된다.

현재 고객들은 ‘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이란 네이버 밴드에 모여 LG 건조기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 밴드 개설 열흘 만에 1만4986명이 모였다. 가입자는 계속 증가세다. 이들은 2190장의 사진·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콘덴서 먼지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밴드에 올라온 사진 및 동영상을 보면 LG 건조기 콘덴서 먼지 문제는 최소 일주일 전 구입 고객부터 2년여 사용 고객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용횟수 등에 따라 콘덴서 먼지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LG 건조기 콘덴서 사이사이가 휘어지거나 녹이 슨 현상도 다수 관측되고 있다.

고객들은 개별 문의를 통해 콘덴서 세척 서비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LG전자는 현재 콘덴서 먼지 논란에 대한 문의 고객에 한해 무상 A/S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LG 건조기의 경우 콘덴서를 세척하기 위해서는 건조기를 분해해야 해, 이후 제품 성능 저하를 우려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 LG 건조기의 리콜 및 보상을 요청한다는 이 청원에는 8일 오후 2시 기준 5345명이 사전 동의했다. 고객들은 “먼지, 세균 및 악취를 유발하는 데도 계속 과대과장 광고로 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LG 건조기 리콜 및 강력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객들은 소비자보호원에도 피해 접수를 지속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번 LG 건조기 논란은 2014년 불거진 이른바 ‘먼지세탁기’ 논란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당시 LG 6모션 3세대 통돌이 세탁기는 먼지망 없는 세탁조를 탑재, 이 세탁기를 통해 세탁한 옷감 등에서 다량의 먼지가 붙어져 나와 논란이 됐다. ‘불만제로’ 프로그램에 방영돼 급속도로 퍼졌다.

LG전자는 방송 이후 불만 접수 고객에게 세탁조 무상 교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당시 문제도 일부 고객의 문제일 뿐이라며 대응을 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번에도 입장은 같다.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먼지가 50% 이상 쌓여있어도 건조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먼지가 많이 나오는 옷감들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건조하는 등 극히 일부 사례에서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면서 “콘덴서에 먼지가 보이는 것이 건조기 성능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불편을 느끼는 고객의 경우 서비스 엔지니어가 방문해 제품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LG전자의 해명은 앞뒤가 안 맞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우선 LG전자가 서비스기사 측에 내린 대응 매뉴얼을 보면 우선 건조기는 먼지를 품고 있는 공기가 콘덴서를 통과하기 때문에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현상은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5월 보도자료에서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의 편의성을 홍보하며 “건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먼지들은 콘덴서 표면에 쌓여 공기순환을 방해하고 건조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매뉴얼에서는 “콘덴서에 먼지가 50% 정도 쌓여있어도 건조 성능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타사 제품의 경우 50·100회, 6개월마다 수동 청소를 권고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콘덴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콘덴서에 쌓인 과량의 먼지는 건조효율을 방해하기 때문에 건조기 콘덴서는 주기적으로 세척하는 것이 좋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LG 건조기 광고를 통해 ‘콘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란 문구를 내보냈다.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통해 건조기가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광고 내용을 믿고 구매한 고객이 많은 가운데, 콘덴서 먼지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는 고객들은 LG전자의 광고를 두고도 “소비자를 우롱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고객들에게 LG 건조기 콘덴서 논란과 관련,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 ‘가전명가’로 불리는 LG전자 기업 이미지를 곧추 세우거나 또는 실추시킬 수 있는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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