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16일 오전 주한 영국대사관 지하1층 아스톤홀에서 열린 'LG 홈브루' 출시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CES 2019’에서 대중에 공개된 LG전자의 캡슐맥주제조기 ‘LG 홈브루’가 16일 국내 출시됐다. 세계 첫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란 타이틀을 달았지만, 제품가는 399만원으로 부담되는 값이다. 맥주 매니아를 타깃으로 한 이 제품에 대해 LG전자는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혀 판매전략에 의구심이 남는다.

LG전자는 16일 오전 주한 영국대사관 지하1층 아스톤홀에서 LG 홈브루 출시 행사를 가졌다. 치외법권인 대사관 내에서 홈브루로 만든 맥주 시음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홈브루는 지난해 12월 첫 공개돼 올해 1월 CES 2019에서 일반에 선보인 제품이다.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로 위트 등 5종의 맥주를 제조할 수 있으며 약 5리터의 맥주를 얻는 데 2~3주가량이 걸린다.

홈브루 또한 ‘LG 오브제’, ‘퓨리케어 미니’ 등과 같이 미래 생활상을 연구하는 LG전자의 ‘라이프스타일 리서치팀’에서 고안됐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홈브루는 CES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이라며 “신가전의 경우 5~10년 뒤 생활상을 연구해 새로운 제품을 지속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홈브루의 가격을 399만원으로 책정했다. 200~300만원을 예상한 시장 추정치보다 높은 편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시불 구입 외에도 렌탈 방식의 케어솔루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는 일시불 구입 시보다 최대 32만4000원 더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맥주 제조를 위한 캡슐 패키지 가격도 각 3만9900원이다.

신가전 중 가장 고가라는 지적에 대해 LG전자는 R&D, 설비 등 비용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송 사장은 “판매량이 올라갈수록 감가상각이 내려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일단은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어 일반 제품과 같이 가격 설정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홈브루의 타깃층으로 ‘맥주 매니아’를 언급했다. 단순히 사먹을 것을 귀찮아하는 소비자보다는 진정 홈파티를 즐기고 나만의 맥주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질 만한 고객이 대상이다.

하지만 타깃 고객으로 생각한 맥주 매니아 등의 시장 규모는 가늠이 안 되고 있다. 

송 사장은 “공식적인 판매데이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맥주 매니아 시장 규모는 가늠을 못하겠다”며 “다만, 혼자 사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자기만의 공간, 멋, 인간관계를 설정하는 트렌드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제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좋게 말해 ‘실험정신’, 반대로 ‘무리수’가 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최근 가전업계에서는 공기청정기·건조기 등 신가전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고가인 홈브루가 대중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세법상 LG전자 자체적으로 시음 행사도 할 수 없어 판매에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홈브루로 제조한 맥주 맛을 알리기 위해 영상 등 소개자료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캡슐 패키지는 현재 5종에서 늘려갈 예정으로 한국 시장 출시 뒤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송 사장은 “LG 홈브루가 삶의 재미를 보탤 수 있는 그런 제품이 됐으면 한다”며 “이 제품을 통해 친구들, 소그룹 등이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 여유를 갖는 게 우리가 기대하는 생활 모습”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을 따지자고 내놓은 제품은 아니겠지만 소비자가격이 어느 정도는 고려됐어야 하지 않겠나”면서 “맥주 매니아라고 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극히 일부 계층만이 관심을 가질 제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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