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기자간담회
사내규정에 女직원 화장실 사용 보고해라

대흥알앤티사옥 및 류진수 대흥알앤티 회장./사진 = 대흥알앤티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현대차·기아차, 폭스바겐, GM 등 국내외 유수의 자동차회사에 고무제품을 납품하는 대흥알앤티에서 '직장 내 갑질'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이 같은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들은 사측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지침'을 지난 6월 일방통보하면서 인간의 기본욕구인 생리적 현상을 제어하는 등 직원들을 향한 갑질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이 화장실 사용을 대부분 남성인 근무조장에게 보고해야 하도록 강제했다고 강조했다.

대흥알앤티의 이같은 조치가 직장 내 갑질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와 최대주주 등에 대한 관심도 부각됐다.

대흥알앤티는 2002년 경남 김해에 설립된 자동차용 고무제품 제조판매사업장이다. 류진수 회장이 일본의 방진고무, 자동차용 호스업체 스미토모리코와 제휴를 통해 2002년 설립한 기업이다.  현대차, 기아차, 폭스바겐, GM 등 국내외 대형 완성차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양호한 사업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 방진고무 수요의 절반 가까이 점유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업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에 발맞춰 중국에 동반 진출한 바 있다.

류진수 회장의 지분은 현재 14.2%에 불과하지만 자녀인 류동희, 류동혁의 지분이 각각 31.8%, 17.0%로 사실상 가족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스미토모리코 지분은 30.0%다. 중국에 있는 종속기업을 제외한 관계사는 대한산업, 대흥공업, 세동산업, 신혁산업 등이 있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다보니 대흥알앤티는 전방기업 부진 여파로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5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2017년만 해도 110.93%에 달하는 배당을 챙겼던 류진수 회장 일가는 지난해는 손실액이 커 이렇다할 배당을 챙기지는 않았다. 2017년은 당기순손실이 1억9000만원에 달했음에도 약 8억7000만원을 배당한 바 있다.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 조합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는 “사측은 화장실 사용보고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5일 ‘화장실 사용은 직원 개인의 의사 및 필요에 따라 이용하도록 하되 화장실 이용을 핑계로 한 근무태만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 사후적인 조치를 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는 공문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공문이 발표된 이후에도 한 조합원이 급성방광염보다 심한 신우신염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회는 “여성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화장실 사용을 보고받는 것은 업무 연관성을 현저히 벗어난 행위로 인권침해이자 직장 내 괴롭힘, 직장 갑질”이라며 “노동자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생산물량을 향상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류진수 회장은 2008년 납세자의 날 동탑산업훈장, 2015년 장애인고용촉진대회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김해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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