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가족에게 미안"…평소 우울증 앓아

정두언 전 의원이 지난 2016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현직 새누리당 탈당 의원 모임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지호 기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6일 향년 62세로 별세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6일 오후 4시22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실락공원 북한산 자락길에서 정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16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북한산 자락길 인근에서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린 뒤 산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 부인은 오후 3시58분께 남편이 자택에 유서를 발견하고 서울 홍은동 실락공원 인근으로 나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실락공원 인근을 수색했지만, 북한산 자락길에서 이미 정 전의원은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은 "가족에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가 자택에서 발견됐다"며 "유족 뜻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폐쇄회로(CC)TV 확인, 현장감식 및 검시 결과, 유족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17일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유족의 뜻을 존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정 전 의원 시신을 수습, 오후 6시54분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이날 갑작스런 비보에 측근들은 정 전 의원이 발견된 현장을 방문해 고인을 애도했다. 사망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와 가까웠던 이들은 "정 전 의원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찾은 송주범 전 보좌관은 과거 정 전 의원 인터뷰 기사를 거론하며 "우울증이 좀 (있었다)"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 전 의원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치료받은 것으로 안다"며 "(최근) 상태가 호전돼 식당도 하고 방송활동도 했는데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어 온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마포구 정 전 의원 자택을 찾았다. 정 전 의원의 아내와 장모 등 가족들과 오후 7시40분께 나온 정청래 전 의원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까지 라디오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방송된 SBS 러브FM '이재익의 정치쇼' 중 '국회 선진화법'을 논의하는 코너에 정태근 전 의원과 패널로 출연했다. 최근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외교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국회에서 불거진 '패스트트랙 사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날에는 MBC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정청래 전 의원과 출연, 역시 일본과의 외교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정 전 의원은 1980년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낙선했지만, 17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서대문구을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같은 지역구에서 18·19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당선된 바 있다. 

정 전 의원의 빈소는 17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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