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롯데·CJ·애경 등 물망…후보 간 눈치싸움?
항공시장 전망 ‘먹구름’…매각 작업 ‘난망’ 우려도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빠르면 내주 본격화될 가운데,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대기업들의 참전 여부가 관심이다. 그동안엔 인수 의향이 없는 것처럼 내비쳐졌지만 물밑에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업황은 여전히 암울해 이번 매각 작업 성사 여부를 두고 난망도 이어진다.

22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오는 25~26일경 아시아나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매각 공고 후 예비입찰이 진행된 뒤 쇼트리스트(압축 후보군)가 추려진다. 이후 각 후보를 대상으로 매수 실사를 시작하게 된다. 일정상 10~11월경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경우 연내 매각 작업은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4월 아시아나 매각을 발표하며 ‘연내 매각 완료’ 방침을 세웠다.

현재 아시아나 인수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업은 SK그룹이다. 지난 17일 SK텔레콤은 ‘항공기 운항 관리 분야 전문가’ 채용공고를 냈다. 항공기 운항 및 스케줄 관리부터 기술·시스템 분야 등 항공 전문 업무를 두루 수행하는 역할이다. 채용 유형은 전문계약직이다.

SK그룹 측은 ‘그룹 업무용 항공기 관리 인원 채용’이라고 못 박았으나 이를 두고 아시아나 인수를 염두한 조직 세팅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서울에서 카타르투자청 관계자들과 만나 아시아나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며 M&A(인수합병)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SK그룹의 배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계속된 손사래에도 거론되는 기업 중 한 곳은 한화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위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항공우주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억달러(35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업체 ‘EDAC(이닥)’ 인수에도 나선 바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화 측은 2017년 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에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어 항공운송 및 부품 사업에서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정유 사업 간 시너지가 대두되는 GS그룹, 기내식 및 면세품 판매·마일리지 사업 등 연관성의 롯데·CJ,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동종업을 영위 중인 애경 등도 아시아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섣불리 아시아나 인수전 참전 의사를 밝혔다가 자칫 아시아나의 ‘몸값’만 수직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산은에 따르면 아시아나 인수 대금은 1조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처럼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사를 묶은 ‘통매각’이 원칙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가 9조7032억원인 점을 미뤄 이를 떠안을 기업이 나타날지 여부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도 내놓는다. 아시아나가 당장 연내 갚아야 할 채무부담액만 1조7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공업은 매력적인 산업이지만 지속적인 업황 둔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항공산업은 환율,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업황 변동이 큰 편이며 최근에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여행 심리도 하락하고 있다.

이에 올해 2분기 아시아나의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380억원) 대비 46% 감소한 205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국내에 FSC(대형항공사)가 대한, 아시아나 두 곳뿐이라는 점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며 “항공산업이 침체된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거리 수요로 인한 사업 확대 가능성을 염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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