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인풋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가 기준 조건이 되나요?" 한 대기업 팀장의 말이다. 

이달 16일부터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기업 문화 혹은 조직 관행을 핑계로 자행되던 직장 내 부당한 괴롭힘이 이제는 범법 행위로 징계 대상이 되고, 피해자들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10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이 법은 사업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노동자 혹은 피해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제공한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을 담고 있다.

다만 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개념과 요건 등이 모호한 만큼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성과를 내야하는 기업 특성상 어디까지 요건에 충족하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한 이후 조사가 진행돼야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그렇다 손치더라도 영세한 하거나 따로 외부 인사 위원회를 조직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결국은 회사 사장이 최종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한다. 그렇게 될 경우 의미가 많이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기준 조건은 있다. 우선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가 있어야 성립된다. 업무상 적정범위 밖을 벗어났을 경우, 그로인해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입증하기 까지 순탄찮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 실시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하 청탁금지법) 처럼 '반쪽' 자리 법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이해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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