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포스코가 올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우려보다는 양호했다. 최정우 회장이 키를 잡은 이후 비수익자산 처분, 고부가제품 확대 등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은 결과로 평가된다.

여기에 재무구조면에서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분기 2010년 이후 최저인 65.0%까지 낮아져 '재무통'인 최 회장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기대와 우려 속에 최정우호(號)는 오는 27일 1주년을 맞는다. 제9대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그는 취임 직후 '새로운 50년'을 위한 성장 발판 마련에 집중했다.

취임 100일에 맞춰 '100대 경영개혁 과제'를 발표했고 연말 첫 정기인사에서는 파격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로 혁신을 도모했다. 특히 기존 철강부문을 철강, 비철강, 신성장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 강화를 선언해 조직에 긴장감을 더했다.

신성장부문 산하에 벤처육성·지역경제활성화·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산학연협력실을 신설하고 CEO 직속 기업시민실을 운영하기로 한 점도 이목을 끌었다.

인사부문에서는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전문성을 중시한 인재를 중용하면서 포스코 조직 내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사업개편도 이뤄졌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양극재 업체 포스코ESM을 합병해 통합법인 포스코케미칼을 탄생시켰다. 지난 5월에는 포스코케미칼의 코스피 이전 상장도 이뤄냈다.

지난달에는 2차전지 소재 시장에서 제품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포스코그룹 2차전지소재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포스코는 LNG터미널을 포스코에너지에 양도했다. 포스코에너지의 포항·광양제철소 내 부생가스복합발전소는 LNG미드스트림 사업으로 재편됐다.

포스코대우는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하고 LNG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진행해 온 리튬과 코발트 사업 역시 각각 호주와 중국에서 순항 중이다.

이처럼 최정우 회장은 취임 후 1년간 포스코그룹의 성장 발판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경영실적도 견조하다. 최 회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매출액 64조9778억원, 영업이익 5조5426억원을 기록, 7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매출액 32조3355억원, 영업이익 2조27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1%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줄었지만, 시장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치솟았고 대내외 철강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8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해서다. 실제로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2분기 톤당 65달러 수준에서 현재 100달러대로 급등했다. 원료탄 가격도 톤당 190달러에서 203달러로 상승했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 안전사고가 이어졌고, 노조와 갈등도 지속됐다. 무엇보다 환경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문제화됐다. 각 지자체에서 고로 정비과정에서 안전밸브(블리더)를 열어두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조업중지 조치를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철강사도 갖고 있는 문제로 세계적으로 해법을 찾는 중이다. 이에 실제 조업중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시적 성과 요구되는 취임 2년, 최정우號 경영 시험대

최정우 회장은 지난 1년간 앞으로 포스코가 나아갈 길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취임 2년차부터는 가시화된 성과가 요구된다. 눈앞에 드러난 안전·환경 문제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실적의 경우 원료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경제성장률·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이 모두 어둡고 전방산업 전체가 고전을 면치 못해서다. 그나마 해외 주요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 포스코 역시 하반기 가격 인상을 위한 명분은 갖춰졌다. 올해 매출목표(연결기준 66조8000억원)도 소폭이지만 높였다. 하반기 철광석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2차전지 사업의 경우 중국 양극재 공장은 내년 2월 초도 판매에 들어갈 전망이다. 리튬 설비 투자는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공장이 내년 데모플랜트 가동에 들어간다. 2021년 상반기 연산 2만5000톤에 대한 상업투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호주 필바라 광석리튬 사업은 올 하반기 연산 4만톤 규모 상업투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전부분은 지난 23일 안전혁신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최정우 회장은 "모든 현장에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즉시 개선하는 발로뛰는 실질적인 안전활동을 강화하자"며 "모두가 철저히 기본을 준수해 재해예방에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포스코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조10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작업환경·안전장비·시설점검 등 프로세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가스 유입 차단판과 이중밸브 설치, 화재폭발 취약개소 방폭설비 보완 등 중대재해 예방에 3400억원을 집행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420억원 증가한 3820억원을 노후 안전시설 개선 등에 집중 투자한다.

환경부분은 2021년까지 3년간 총 1조2500억원을 투자, 노후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교체한다. 이를 위해 노후한 부생가스 발전설비를 폐쇄하고 최신 기술이 적용된 발전설비를 세울 예정이다. 또 부생가스 발전설비 15기와 소결로 3기 등에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선택적 촉매환원(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설비 등을 추가 설치한다. 또 포스코는 철강 생산 시 발생하는 비산먼지 저감을 위해 밀폐식 구조물인 사일로(Silo) 등 옥내저장시설 10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슬래그 냉각장 신설, 환경집진기 증설, 여과집진기 필터 구조 개선 등도 추진한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 후 강조해 온 기업시민체제도 본격화한다. 포스코는 지난달 '2018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성과를 공유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는 현대 사회에 속한 건전한 시민처럼 사회발전을 위해 공존과 공생의 역할을 다하고, 우리 사회의 당당한 시민으로서 공감, 배려, 상생의 마음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사랑받고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의 역할을 본격화하기 위한 준칙을 담은 '기업시민 헌장'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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