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자료 제출로 진위 여부 가른다...러,인정할 지에 대한 부분 미지수.

니콜라이 마르첸코(왼쪽) 주한 러시아 공군 무관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 해군 무관이 25일 오전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한 한-러 실무협의를 마친 뒤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본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양태진 기자]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러 국장급 실무협의가 25일 국방부에서 열렸다.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 무관대리 등 러시아군 장교 2명은 서울 국방부 청사에 도착해 약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 협의에서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 A-50의 비행 궤적 문서를 전달했다. 한국 측은 레이더 항적 자료 등을 통해 침범의 증거를 보여주며, 각 시간대별로 러시아 측이 어떤 항로로 독도 영공을 지났는지, 우리 군이 파악한 상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국방부는 이전부터 러시아 정찰기(A-50)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KF-16 전투기에서 발사한 ‘플레어’ 사진과 레이더 영상, F-16과 F-15K의 디지털 비디오 레코드 기록, 전투기 조종사의 경고사격 음성기록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에 모든 증거자료를 내세워 러시아 측에 영공 침범 행위를 입증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우리 측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은 뒤 항로 관련 추가 질의를 했지만 영공 침범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한국이 제시한 자료를 본국에 전달하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러시아 정찰기의 도독 영공 침공을 놓고 미국까지 나서 우리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새로 취임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해당 영역을 향해 남쪽 항로로 비행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새로운 것은 러시아가 한국의 영공을 넘어갔다는 사실”이라고 밝힌 것. 

하지만 미국까지 나서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거들었지만 러시아가 순순히 영공 침범을 인정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러시아의 도발 행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의 하나라고 관측했다.  특히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일정과 맞물린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늘 오전 7시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시간 순으로 되짚어 본 첨예한 입장 차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러시아 정찰기 'A-50'이 2차례에 걸쳐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이에 우리 군은 KF-16 전투기 2대를 출격해 경고방송, 차단대응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결국 플레어(미사일 회피용 섬광탄) 20여 발을 포함해 전투기 기총으로 360여 발의 경고 사격을 감행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 한국 영공에의 침범을 부인했다.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의 대응 조치가 자국 정찰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주한 러시아 무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식 전문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또한 트위터 공식 계정에 24일(현지시간)“러시아측은 러시아 정찰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확인한 바 없다”면서 “러시아 정찰기의 ‘영공침입’ 주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후 공식 입장을 정리해 절차에 따라 한국 측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날 오전까지만해도 러시아 정부는 영공 침범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관련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공 침범에 대해서도 기기 오작동 때문으로 의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지 5시간 만에 입장이 달라졌다.

이에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러시아의 입장을 발표한 청와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러시아 대사관 차석무관의 개인적 생각을 러시아 정부의 공식입장인 양, 언론에 공개하여 혼선이 빚어진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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