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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안지호 기자]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의 긴급체포 당시 모습이 특정 언론사에 공개되면서 영상 유출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 유출 당사자는 '부실 수사' 논란으로 입방아에 오른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으로 지목됐다.

지난 인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정보장비담당관으로 자리로 옮긴 박 전 서장은 공보 권한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영상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놓고 일각에선 부실 수사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박 전 서장이 긴급체포 영상을 공개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고유정 사건 부실 수사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 사건의 공개를 공보 책임자에 한정하는 경찰청 훈령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6조에 위반돼 박 전 서장은 이번 사안에서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현재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며 "향후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징계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고유정 사건을 놓고 박 전 서장의 이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박 전 서장은 지난달 통상적으로 살인 사건 등 형사 사건에 대해 실시해 오던 현장 검증을 고유정만 예외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용어를 등장시켜 논란의 중심이 됐다. 

해당 용어는 경찰 내부 통신망인 '폴넷'에 경찰관 5명의 공동명의로 작성된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관련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해명글에 담겨있다.

범죄입증에 필요한 DNA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현장검증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박기남 제주 동부경찰서 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수사 경찰관 5명은 작성했다.

박 전 서장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고유정 사건은 제주 경찰에 대한 불신은 커져갔다.  

흥분한 국민들 사이에서 '경찰과 고유정 집안의 유착설'까지 흘러나오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유정 사건 진상조사팀을 꾸리도록 지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전 서장이 정보화장비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가 해당 영상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었는지, 영상 유출에 다른 공조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경찰청과 제주지방경찰청은 '경찰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4조 '사건 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 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수사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에 따라 해당 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27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비밀과 거짓말-고유정은 왜 살인범이 되었나?'라는 타이틀로 고유정의 체포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게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영상 캡처./사진=뉴시스

한편, 지난 27일 방영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난달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유정이 긴급체포 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전파를 탔다.

이 영상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고유정에게 경찰이 "살인죄로 긴급체포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고유정은 당황한 얼굴로 "왜요? 그런 적 없는데, 제가 당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고유정은 호송차에 올라타면서 "지금 집에 남편이 있는데 불러도 되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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