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실물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방산업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의 터줏대감 기업들은 2분기 호실적에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침체된 경제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실적 달성을 이뤄내 눈길을 끈다. 바이오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약업계 터줏대감 종근당, 상반기 매출액만 5000억원 달성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최근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2분기 매출액이 26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2분기 매출액 실적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2585억원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전년 동기대비 12.3%가 늘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1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누적 매출액이 이미 5000억원을 넘겨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엔 시장 기대와는 달리 매출액이 9557억원에 그치면서 1조 클럽에 43억원이 모자랐지만, 올해는 합류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관련 업계 및 금융투자 업계는 해당 분기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배경으로 탄탄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한 전 품목의 고른 성장을 꼽고 있다. 이는 결국 종근당의 이상적 사업 포트폴리오가 회사 잠재력을 높게 끌어올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가 전년대비 약 7% 감소했으나 글리아티린, 아토젯이 전년대비 12.5%와 73.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로우' 등의 안정적 매출과 면역억제제 라인업의 처방 증대, CJ헬스케어의 위식도역류질환 상품인 '케이캡'과 역류성식도염 개량신약 '에소듀오' 등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하반기에도 종근당의 R&D 임상 등에 대한 성과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중항암항체 CKD-702의 4분기 국내 1상, 하반기 CKD-516(VDA, 대장암) 3상 및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1상, CKD-508(2nd CETP 억제제, 이상지질혈증) 1상, CKD-510(HDAC6 억제제, 샤르코마리투스병) 1상 등 진입이 예정돼 있다. 

◆보령 중외 일동... 5000억원 제약사 명단 반열 오를까 

종근당 뿐만 아니라 보령제약과 JW중외제약, 일동제약 역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령제약은 지난 30일 별도재무제표 기준 2분기 누적 매출액이 2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2015년 4013억원에서 지난해 4604억원으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4604억원에 올해 누적 매출액 성장률인 8.77%를 대입하면 산술적으로 5007억원이 된다. 그간 성장추세까지 고려했을 때 이런 상태가 유지된다면 하반기에도 긍정적인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보령제약 매출액이 5161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5000억원은 매출 성과를 따지는 분기점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올해 5000억원대 달성은 보령제약 현 상황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령제약과 가까운 순위권에 놓여있는 JW중외제약은 2017년, 일동제약은 지난해에 차례대로 5000억원대 제약사 명단에 올랐다.

보령제약의 성장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과 판권도입상품 등 전문의약품 사업 매출 증가가 손꼽힌다. 관련업계에서는 카나브 제품군 매출액이 지난해 575억원에서 올해 8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영업이익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것. 특히 2분기는 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85% 늘어난 성과를 거뒀다. 보령제약이 100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6년 2분기 이후 12분기 만이다.

◆한미약품, 안정적 실적 글로벌 제약기업 도약 '한발짝' 

이날 한미약품은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3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9% 늘었다고 잠정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704억원으로 12.1%, 당기순이익은 204억원으로 42% 증가 한 셈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연구개발(R&D)에는 매출 대비 15.8% 수준인 428억원을 투자했다. 영업이익·순이익 증가, R&D 비용 절감에는 지난 6월 사노피와 체결한 공동연구비 감액 수정계약에 따른 영향이 반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아모잘탄패밀리, 로수젯, 에소메졸, 구구탐스 등 경쟁력 있는 개량·복합신약들과 팔팔, 구구, 한미탐스0.4mg 등 차별화된 제품들이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매출 호조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9.8% 성장한 564억원을 기록했다.

원료의약품 전문회사 한미정밀화학은 영업이익·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했다. 한미정밀화학의 2분기 매출액은 336억원이다. 이 같은 2분기 실적에 따라 한미약품의 올 상반기 매출은 5450억원이 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기반으로 한국 제약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며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며 “국내 매출과 해외 수출, R&D 투자가 서로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안정적 사업모델을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돌아온 '호실적' 릴레이... 제약주 반등 '미지수' 

하지만 이같은 제약업계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온도차가 나타났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악재 속에서도 대형 제약사들의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외적 악재가 해결되고 증시의 기초체력과 수급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제약·바이오주는 물론 국내 증시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중소 제약사의 상반기 실적이 어떨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보사 사태 등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은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하락세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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